홍석우 전 지식경제부 장관(사진)이 13일 상지대 제8대 총장에 취임했다. 홍 신임 총장은 “모집단위 변경 등 학사 구조를 혁신하고 행정 조직 효율화와 재정 구조 안정화를 이뤄나가겠다”고 밝혔다. 홍 총장은 2008년 중소기업청장과 2011년 KOTRA 사장을 거쳐 2011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임기는 4년.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는 1989년 6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독일 통일이 되는 것을 보고 죽었으면 좋겠지만 주변국의 반대로 빨리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한국이 먼저 통일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과 5개월 뒤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고, 이듬해 10월 독일은 통일을 이뤘다. 이렇게 독일 통일은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그렇다고 독일이 통일 준비에 소홀했던 것은 아니다.서독은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이 체결된 이후 동독과의 경제교류를 지속했다. 경제협력 초기부터 도로, 철도 등 기반시설 확충과 통신 협정 체결 등을 통해 경제통합과정에서 기업의 거래비용을 낮추기 위한 조치를 차근차근 해왔다. 이런 노력을 한 지 18년 만에 통일이 됐음에도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동독의 경제 상황에 대해 사전에 상세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 푼도 없다던 동독의 외채는 200억달러에 달했고 서독의 절반 수준은 될 것이라던 동독의 생산성은 실제로 4분의 1에 불과했다. 동·서독 화폐 교환비율을 적정비율(4.4 대 1)을 무시하고 1 대 1로 책정하는 등의 실수도 나오면서 어려움은 가중됐다.그 결과 통일 비용은 급증했고 이로 인한 물가상승, 고금리정책 추진, 투자 지연의 악순환은 독일경제의 화근으로 작용했다. 통일 후 2005년까지 독일은 ‘유럽의 병자’로 불릴 정도로 장기 침체를 겪었다. 그러나 통일은 궁극적으로 독일의 경제체질이 개선되는 계기가 됐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서독은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던 성장세가 멈추고 노쇠하는 조짐을 보였다. 동시에 분배와 복지의 선진국병에 걸려 헤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통일 이후 동독 지역의 저렴한 땅값, 값싸고 우수한 노동력, 경제 규모 확대는 성장을 위한 기반으로 작용했다. 2004년 시행된 슈뢰더 총리의 ‘아젠다 2010’을 계기로 선진국병마저 치유하게 됐다.통일 전 독일처럼 우리 경제도 현재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의하면 잠재성장률은 2010년대 3.6%에서 2030년대 1.9%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3763만 명을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고,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훗날 우리도 통일이 되거나 긴밀한 형태의 경제통합이 이뤄진다면 독일처럼 통일의 강점이 발휘될 가능성이 크다. 통일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미국, 일본, 독일에 이은 인구 4위의 거대 내수시장을 갖게 될 것이다.그렇지만 지금의 남북한 해빙무드를 보며 언제 올지 모를 상황에 대비한 우리의 준비가 소홀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독일은 18년이나 긴밀한 경협을 지속했지만 우리는 제한적인 경협마저도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당시 동·서독 격차에 비해 지금의 남북한 경제력 차이가 큰 것도 불리한 여건이다. 2016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북한의 45배, 1인당 GDP는 22배에 달한다. 1991년 동독 대비 서독의 GDP와 1인당 GDP는 각각 13.7배와 3.1배였다.북한과의 경제협력에 대비한 연구도 많이 부족하다. 남북한 해빙기에는 많은 기관이 북한 연구에 임했지만, 부족한 자료로 인해 연구결과는 턱없이 초보적인 것이 많았다. 그나마 냉각기에 접어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연구 열기도 급격히 식었다. 북한·통일연구는 범위의 확장과 연구의 연속성이 단절돼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수준으로 진일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다시 해빙기가 시작되자 너도나도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위한 연구 준비에 나서고 있다. 매년 10명의 북한학 석사를 배출하던 어느 대학에 최근 석사과정 신청자가 60여 명에 달하고, 5명에 불과했던 박사과정 신청자는 30명을 넘었다고 한다. 남북한 관계가 해빙기이든 냉각기이든 꾸준히 연구하는 풍토를 만들어 주는 것이 훗날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의하면 2060년까지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은 ‘생산성’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지속성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노동력의 증가와 생산성의 향상이 필수적이지만 노동력의 증가는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인구 대비 노동인구 비율은 정체되고 있으며, 노동력도 급격히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경제인구의 비율도 서서히 낮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언제쯤 해결될지 알 수 없으니 믿을 곳은 ‘생산성’밖에 없다는 말이다.그러나 생산성 증가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 의하면 세계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16년에 1%를 밑돌았으며, 2017년에 1.4%로 나아지기는 했으나 세계 금융위기 이전 5년간 평균인 2%에는 크게 못 미치는 형편이다. 총요소생산성은 더욱 큰 문제다. 금융위기 이전 5년간 평균증가율이 2.7%였으나 그 뒤 지금까지 연평균 1%를 밑돌고 있다. 향후 5년간 전망도 연평균 1.2% 증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생산성은 기업들이 열심히 투자를 해야 결실을 본다. 새로운 기계의 설치나 개발, 그리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해야 노동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 근로자에 대한 교육과 훈련에도 투자를 해야 생산성이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하면 선진국의 민간기업 투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 만에 위기 이전에 비해 25%나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신흥시장은 조금 낫기는 하지만 정치·경제적 리스크와 맞물려서 기업들은 고위험 혁신투자를 하기보다 리스크가 적은 안정적 투자로 몰리는 문제가 있다.경쟁이 저하된 원인은 새로운 기업의 탄생이 활발하지 못한 데에서도 찾을 수 있다. OECD에 의하면, 생산성이 높은 기업은 주로 6년차 이전의 기업에서 많이 나타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에서 신규 기업의 비중은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줄어들었다. 미국은 20%나 낮아졌다고 한다. 이자 지급에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좀비기업’이 급증한 것도 새로운 기업의 탄생과 기업가정신을 북돋우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2013년에 6%의 좀비기업이 자본의 19%, 노동력의 10%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통계가 있다.시대적인 기술발전의 특징에서도 생산성 증가가 어려운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가상공간을 비롯해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IoT), 무인자동차, 3D프린팅, 퀀텀 컴퓨팅 등이 어우러진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이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혁명’이라는 말이 사용되는 것은 철제 농기구, 방적기, 내연기관이 인류의 삶을 변화시켰듯이 오늘의 기술에도 그런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지만 아직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나 기술자들은 기술발전과 생산성 향상 사이에 연결이 끊어진 이유를 찾아보려고 애쓰지만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지금 우리가 ‘경제대국’이 된 것은 선배들이 열심히 뛴 덕택이다. 세계가 길을 찾지 못해 쩔쩔매고 있지만 우리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한 많은 나라의 뒤를 따르게 될지도 모른다.우리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북돋우고 기업가정신이 활발해지도록 규제를 없애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 절실한 시점이다. 경제주체들 간에 경쟁이 활발해져서 생산성을 높이려는 주도적인 노력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기업이 탄생하고 스타트업 설립이 왕성하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지원에만 급급했던 정책들을 재점검해서 좀비기업을 유지시켜주는 비효율적인 정책이 없는지 찾아봐야 할 것이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만 할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믿고 장기투자를 할 수 있도록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업문화가 단기주의에서 장기주의로 변화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