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정보대학원서 대기업 사례 연구 발표
직무 이해도 하락...조직 분위기, 활력 떨어져
팀장보다 경영자 리더십 중요하다고 인식
일본기업 60%, 출근율 높일 것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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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 근무에는) 그 어떤 장점도 없다(I don’t see any positives)."
미국 동영상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Netflix)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6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재택근무’에 대해 내린 평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는 가운데 던진 발언이다. 헤이스팅스 CEO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토론을 해야 하는데, 재택 근무를 하면 모이기가 어렵다"며 재택근무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반면 11일 CNBC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앤디 제시 아마존 최고경영자는 사내 블로그를 통해 “각 책임자급에게 근무 형태 결정을 맡긴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 발언에 따르면 팀장이 재량에 따라 재택이나 출근 중 적절한 근로방식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어떤 CEO의 식견이 옳은지 평가하기 어렵지만,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발표한 '스마트워크 후 조직문화 변화 연구' 논문(이정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동대학원 박사과정 장민제, 남은우 씨 저술)을 보면 헤이스팅스의 주장도 어느 정도 일리 있어 보인다.

이 논문은 서비스 분야 대기업 H사의 사례를 연구했다. H사는 코로나19가 한창 번져가던 지난해 3월부터 선제적으로 3개월간 '스마트워크'를 전사적으로 도입했다. 스마트워크란 재택근무를 비롯해 정보통신 기술을 통해 지정된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일하는 근무 방식을 말한다. 연구는 임원 및 본사 사무직 373명을 대상으로 '조직문화'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2019년 동일한 설문 조사 결과와 비교하는 방식을 취했다.

먼저 직원들의 직무 이해도는 다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선임의 업무를 직접 관찰하면서 직무 이해도를 높였던 과거와 달리 온라인 상 업무 지시와 트레이닝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즉각적인 피드백(상호작용)에도 문제가 있어 직무에 대한 빠른 습득이 어려워진다는 분석도 덧붙여졌다. 현장에서 옆자리 동료를 비롯해 여러 사람과 함께 대화나 상호작용을 해가며 얻던 직·간접적인 지식이나 '암묵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조직 분위기나 활력도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팀원 간 결속을 다질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고 유관 부서의 협조를 얻는 것도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팀원이나 동료와 서로 소통하고 관찰하면서 서로가 가진 개성과 재능을 알아갈 수 있는 기회도 사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자들은 "온라인 형식으로라도 컨퍼런스를 통해 관심사를 공유하고 상대가 가진 능력을 알아갈 수 있다면 분위기가 좋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타 부서와의 협업도 어려워졌다는 인식이 증가했다. 팀이 물리적으로 분산된 스마트워크 업무 환경에서는 타 부서와의 협업 요청에 심리적·구조적 한계를 느낀다는 지적이다.

팀장 보다 '경영진 리더십'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진 점도 흥미롭다는 설명이 나왔다. 오프라인에서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인식됐던 팀장의 리더십·거버넌스보다는 조직의 실질적인 변화를 주도하는 '경영진'의 리더십을 우위에 둔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스마트워크로 조직구성원들의 전략적 이해도나 업무 프로세스 효율성은 낮았고, 소통과 협력 등 조직활력도 감소하는 것으로 검증됐다"며 "국내 대기업 문화에서 대면소통 선호, 조직단위 목표달성 문화 등 조직 내 관성이 (스마트워크 정착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은 스마트워크를 기반으로 가장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과 리더십 변화 방향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논란은 일본에서도 진행 중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와 최대 통신업체 'NTT'는 위드 코로나 전환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를 계속 한다는 방침이다. 도요타자동차는 그간 공장 생산라인 직원을 제외한 직원의 출근율을 60% 이하로 유지해 왔는데 이런 정책을 유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전체적으로 재택근무보다 출근을 선호하는 기업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9월 실시한 경영인 100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출근율을 높이겠다"고 답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신문은 "재택근무로 직원 간 소통이 감소해 생산성이 저하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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