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전 중 심석희(3번)와 최민정(6번)이 충돌해 넘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전 중 심석희(3번)와 최민정(6번)이 충돌해 넘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민정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의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가 2018년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심석희가 고의적으로 최민정과 충돌했다는 의혹에 대해 고의성 여부를 철저히 밝혀 줄 것을 촉구했다.

올댓스포츠는 12일 대한체육회와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보낸 공문을 통해 최민정에 대한 보호와 함께, 심석희 및 당시 국가대표팀 코치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 고의 충돌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및 사실 여부 확인과 이에 대한 향후 대처방안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 선수/사진=한경 DB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 선수/사진=한경 DB
올댓스포츠는 최근 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평창올림픽 당시 심석희와 국가대표 C 코치의 대화 내용 및 실제 경기에서 일어난 행위를 엄중한 사항이라고 판단, 대한빙상경기연맹뿐만 아니라 올림픽 당시 국가대표팀 관리 및 운영 총괄의 책임이 있는 대한체육회에 11일 공문을 발송했다. 이와 함께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 고의 충돌 의혹 등을 비롯하여 심석희와 해당 국가대표 C 코치와 관련된 의혹들을 낱낱이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8일 공개된 C 씨와 심석희의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에 따르면, 심석희와 C 코치는 메신저를 통해 2018년 2월 11일부터 16일까지 최민정과 관련하여 지속해서 '브래드버리', '여자 브래드버리'를 만들자는 내용을 주고받았다.

그 이후 2018년 2월 22일 열린 여자 1000m 결승에서 실제로 심석희가 최민정과 충돌하였고, 그 결과 최민정은 4위로 대회를 마감하고 심석희는 실격 처리됐다. 올댓스포츠 측은 "해당 경기가 열렸던 당일 밤에는 심석희가 국가대표팀 C코치와 '그래도 후련하겠다. 최고였어'라고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이 내용은 해당 충돌이 우연이 아닌, 고의로 일어났음을 짐작게 하는 결정적 증거로 여겨진다"고 판단했다.

올댓스포츠 구동회 대표는 “당시 최민정은 팀 동료와 충돌로 인해 획득이 유력했던 금메달을 어이없게 놓쳤을 뿐만 아니라, 그 충돌로 인해 무릎인대를 다쳐 보호대를 착용하고 절뚝거리며 걸을 정도로 심하게 다쳤다"며 "메신저 대화 내용에서 1000m 경기를 앞두고 지속해서 심석희와 C 코치가 '브래드버리 만들자'라는 얘기를 반복했으며, 실제로 1000m 경기에서 둘 사이에서 오간 대화와 똑같은 상황이 현실로 나타났고, 서로 칭찬하고 기뻐하는 대화 내용은 심석희와 C 코치가 의도적으로 최민정에게 위해를 가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사진=한경DB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사진=한경DB
이어 "이처럼 심석희와 C 코치가 최민정을 고의로 넘어뜨려 '브래드버리'를 했다면 이는 승부조작을 넘어 최민정에게 위해를 가한 범죄행위라고 볼 수 있어, 대한체육회와 빙상연맹의 이에 대한 진상 파악 및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구동회 대표는 "심석희는 2018년 2월 13일에 국가대표팀 C 코치와 나눈 대화에서 최민정이 500m 경기를 치르는 것과 관련하여 중국의 취춘위를 크게 외치며 응원했다고 언급했다"며 "우리나라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국가대표팀 동료가 해당 경기에 출전하는데도 공개적인 장소에서 팀 동료의 경쟁자인 중국 선수를 응원하였다는 것은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 선수로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에서 열린 평창올림픽에서 국가대표팀 동료의 경쟁자인 중국 선수를 응원했다면, 내년 2월 중국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어떤 생각과 행동, 어떤 매국 행위를 할지 심히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최민정은 현재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로서, 올림픽 시즌 우리나라에 최고의 성적을 가져오기 위해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올댓스포츠 측은 "함께 국가대표팀에 속한 심석희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심석희와 향후 같은 공간에서 훈련하고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은 최민정에게 심각한 스트레스와 부담이 되고 있다"며 "이는 곧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최민정은 이번 일로 인한 충격으로 향후 심석희와 함께 훈련하거나 대회에 출전하는 상황에서 평창올림픽 때와 똑같은 상황이 재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정신적으로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석희와 C 씨의 대화는 심석희를 상대로 3년여간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 측이 법정에 제출했던 '변호인 의견서' 내용으로 알려졌다.

의견서에는 심석희와 국가대표팀 A 코치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주고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적인 문자 메시지들이 담겼는데, 최민정과 김아랑 등을 향한 욕설도 포함돼 있었다.

특히 최민정의 결승전 진출을 비하하면서 고의적으로 충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고, 실제로 충돌 상황이 발생해 논란이 됐다.

심석희는 논란이 불거진 후 동료인 김아랑, 최민정 등을 비하하는 대화를 C 씨와 나눈 것은 사실이지만고의 충돌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욕설 논란' 심석희/사진=연합뉴스
'욕설 논란' 심석희/사진=연합뉴스
심석희는 매니지먼트사 갤럭시아에스엠을 통해 "저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조재범 코치로부터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여 뇌진탕 증세를 보이고 진천선수촌을 탈출하는 등, 당시 신체적·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였다"며 "이로 인하여 스스로 가진 화를 절제하지 못하고, 타인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로 드러내며 미성숙한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기사에서 브래드버리 선수를 언급하며 제가 올림픽 경기 때 의도적으로 넘어진 것처럼 서술한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며 " 제가 고의로 최민정 선수를 넘어뜨리지 않았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조사를 통해서 충분히 밝혀질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논란 이후 대한빈상연맹은 심석희를 김아랑, 최민정 등과 분리 조치하는 한편 한편 조사위원회를 꾸려 평창 올림픽 당시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 관련 진상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