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3년 홍 군, 현장실습 나간 요트서 잠수하다 숨져
대책위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해야"

쌀쌀한 가을비가 흰 국화에 눈물처럼 맺혔다.

꽃다운 18살, 꿈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현장실습을 하다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숨진 홍정운(특성화고 3년)군의 빈소에는 그를 기리는 추모 리본이 바람에 펄럭였다.

'잊지 않을게'…빗속에서 열린 故 홍정운군 추모문화제
대체 휴일인 11일 오후 전남 여수시 웅천 친수공원에 마련된 홍 군의 빈소 옆에서는 사고 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추모문화제와 특성화고교 노조의 촛불 문화제가 잇따라 열렸다.

옷깃을 여밀 정도로 쌀쌀한 비바람이 불었지만, 학생과 시민 200여명은 촛불을 들고 행사에 참석했다.

'잊지 않을게'…빗속에서 열린 故 홍정운군 추모문화제
대책위원회의 경과보고와 추모 노래 공연, 민점기 시인의 추모시가 낭송됐다.

대책위는 홍 군의 사망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 8대 요구 사항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해경의 철저한 수사와 해양 안전 관리감독 강화, 직업계고의 현장실습 기업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촉구했다.

교육 당국에 대해선 '학습중심 현장실습'대책을 마련하고 직업계고 교육정상화계획을 수립할 것을 주장했다.

'잊지 않을게'…빗속에서 열린 故 홍정운군 추모문화제
홍 군의 친구는 추모사에서 "그날, 그 시간 같이 있었더라면, 둘 다 죽더라도 난 소중한 널 구하러 바다에 뛰어들었을 거야. 함께 있어 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라며 울먹였다.

여수의 한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홍 군은 지난달 27일부터 요트 업체에서 현장 실습을 시작했으며 열흘만인 지난 6일 잠수 장비를 착용하고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따는 작업을 했다.

잠수 자격증도 없었고 수영도 못했지만, 혼자서 물에 들어가 작업을 하던 홍 군은 장비 교체를 하던 중 허리 벨트를 풀지 못해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업체와 학교 측이 쓴 현장실습 표준협약서에는 '위험한 사업에 현장실습을 시켜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었지만, 잠수 작업에 투입돼 변을 당했다.

홍 군은 주로 선상 선상에서 항해 보조를 하거나 접객 서비스를 맡았지만, 현장실습 협약서와 달리 잠수 업무에 투입됐다.

대책위 관계자는 "요트 업체 사장은 홍 군이 숨진 지 나흘 만에 배를 띄워 영업을 시작했다"며 "업무상 과실치사가 명백한 만큼 경찰은 철저하게 수사하고, 노동청도 특별근로 감독을 해 두 번 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