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며 놀기 딱" 이용자 절반 차지…나홀로 문화도 한몫

"예전에는 50대와 60대가 주로 골프 연습하러 오셨는데 이제는 20대 젊은 친구들이 절반은 차지하는 것 같아요.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
경기 수원시 영통구 두성스포렉스 골프 클리닉센터 관계자는 11일 최근 젊은 층의 골프 인구가 늘었느냐는 질문에 "눈에 확연히 보일 정도로 젊은 골퍼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이렇게 말했다.

하루 400여명이 찾는 이곳의 실내골프연습장은 코로나19 이후 20∼30대 젊은 남녀 이용자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클럽·술집 대신 골프채 잡는 '2030 세대'
같은 건물에 있는 스크린골프장에도 일주일에 5∼6개 팀은 최신 골프클럽과 의류를 갖춘 20대 손님이다.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의 한 골프연습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6월 이 골프연습장에 등록했다는 40대 직장인 A씨는 "처음 다닐 때만 해도 퇴근 후 가면 연습장에 20대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는데 요즘은 30~40%는 돼 보인다"고 말했다.

골프에 관한 젊은 층의 관심은 실내 골프장뿐 아니라 '필드'로 불리는 실외 골프장으로도 이어진다.

교통이 좋아 수도권 골퍼들의 인기를 받는 경기 용인의 H골프장에는 올여름부터 젊은 골퍼들의 발길이 잦다.

이용요금이 비싼 오전 시간대를 피해 오후 3시 이후 3부 시간대에 젊은 남녀가 많이 찾고 있다고 했다.

H골프장 관계자는 "수도권은 오후 6시 이후 2명밖에 골프를 칠 수 없기 때문에 오후 시간대에 골프 데이트를 즐기려는 젊은 남녀가 2명씩 찾아와 밤 골프를 만끽하고 있다"고 말했다.

2030세대 사이에서 골프가 큰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골프장 및 골프연습장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이후 여러 명이 모여 함께 하는 실내 스포츠보다는 비교적 감염 우려가 덜한 야외 운동에 대한 선호가 늘면서 골프가 사랑을 받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1인 가구 증가로 '혼밥'과 '혼술'이 젊은이의 트렌드가 됐듯이 골프도 퇴근 이후에 혼자 연습장이나 스크린골프장에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인 것이 젊은이들의 관심을 끄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밖에 최근 방송이나 유튜브에서도 연예인과 일반인의 골프방송이 많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이후 클럽·술집 대신 골프채 잡는 '2030 세대'
부모들이 골프를 사교의 수단으로 인식해 자녀들에게 일찍 골프를 배우게 한 것도 골프를 칠 줄 아는 젊은이가 늘어난 한 이유로 꼽힌다.

대학생 때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30대 초반의 회사원 권모씨는 "예전에는 친구들끼리 만나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 갔다면 지금은 스크린골프를 하면서 서너 시간 운동도 하고 얘기를 나눈다"면서 "골프가 의외로 재미있고 사람 사귀는데 좋은 수단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해외로 자유롭게 여행을 갈 수 있게 되거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면 젊은 층의 골프에 관한 관심과 사랑이 지금보다는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수도권의 B골프장 관계자는 "지금은 클럽에도 잘 못 가고 술집도 저녁 10시면 문을 닫아야 하니 젊은이들이 즐기는데 제약이 많지만, 코로나가 풀리면 젊은이들이 예전의 생활문화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