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많은 시행업계 관행 분석도…중수부장 출신 박영수, 사건 관여 의혹
수사 대비했나…로펌급 '특수통 고문단' 꾸린 화천대유
수천억원대 개발 수익을 민간 개발업자가 독식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이 검찰 수사로 서서히 베일을 벗으면서 법조계 유착 의혹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민간 개발사 화천대유자산관리가 대형 로펌 수준의 화려한 법률 고문단을 만들면서 '특수통'으로 이름난 고위직 검사 출신 변호사들만 집중 영입한 데는 모종의 노림수가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수사 대비했나…로펌급 '특수통 고문단' 꾸린 화천대유
◇ 내로라하는 특수통 검사 출신들 모은 화천대유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화천대유에 법률 조언을 해줬거나 고문으로 위촉된 법조계 인사 중 대다수가 현역 시절 특수수사로 명성을 쌓은 검사 출신이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는 대검찰청 중수부장, 이창재 전 법무부 차관은 중수부 수사기획관을 거쳤다.

강찬우 전 검사장도 대검 중수3과장을 지냈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대검 중수3과장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거친 특수통이고 이동열 전 검사장도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거쳤다.

김기동 전 검사장 역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3부장, 검찰총장 직속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을 지냈다.

이들은 통상적인 자문 업무를 했을 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업에 깊이 관여해 수익을 배당받거나 통상적인 자문료 이상의 대가를 받은 정황도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들 중 강찬우·김기동·이동열 전 검사장은 현재 화천대유 실소유주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기자의 변호인을 맡고 있다.

공교롭게 화천대유로부터 거액을 받기로 약정했다는 '50억 클럽' 등장인물 6명 중 4명도 특수부 검사 출신이다.

당사자들은 모두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수사 대비했나…로펌급 '특수통 고문단' 꾸린 화천대유
◇ "특수통 영입은 부동산 시행업계 관행"
특수통 검사 출신 고문단은 오랫동안 법조기자로 활동한 김 전 기자의 인맥에 의지해 구성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는 것이 화천대유 측의 입장이다.

하지만 송사가 많은 부동산 개발업 특성상 화천대유 측이 혹시 모를 수사에 대비해 이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뇌물 등 혐의로 재판 중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항소심 판결문에도 부동산 업계의 이런 관행을 엿볼 수 있는 진술이 등장한다.

김 전 차관에게 정기적으로 금품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부동산업자는 당시 법정에서 "제가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은 없었지만 사업 특성상 대비를 위해 (김 전 차관의 금품)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시행업 특성이 인허가 과정이 있어서 분양을 하나 끝내면 특수부의 타깃이 된다"며 "잘못 여부를 떠나서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관행상 있었다"고 증언했다.

화천대유가 특수통 출신 검사장들을 집중적으로 영입한 배경도 이런 업계 관행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특히 개발 과정에서 기대 이상의 수익이 현실화하자 혹시 모를 수사에 대비해 더 많은 특수통 출신을 영입하려 했을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수사 대비했나…로펌급 '특수통 고문단' 꾸린 화천대유
◇ 박영수 전 특검, 대장동 개발 초기부터 관련 사건 관여
화천대유가 대기업 총수 변호인단을 능가하는 수준의 특수통 인맥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민원을 빙자한 부당한 수사 개입 등이 벌어졌을 수 있다는 의심도 뒤따르고 있다.

실제로 박영수 전 특검은 대장동 개발 초기부터 개발사업자와 인연을 맺고 관련 사건 변호를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까지 뒤따르면서 의혹이 번지는 모양새다.

박 전 특검은 김 전 기자의 주선으로 2011년 대장동 사업에 1천100억원대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해준 부산저축은행 관계자 A씨를 변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A씨는 대검 중수부의 저축은행 비리 수사에 대비해 박 전 특검을 변호인으로 영입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중수부 수사는 받지 않았다.

당시 수사 주임검사는 중수2과장이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었다.

윤 전 총장은 박 전 특검이 대검 중수부장 시절 휘하 검사로 있었고 국정농단 특검팀에선 수사팀장을 맡았다.

A씨는 중수부 칼날은 피했지만 2015년 수원지검의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게 되면서 구속기소 됐다.

수사 대비했나…로펌급 '특수통 고문단' 꾸린 화천대유
박 전 특검은 2015년 대장동 개발 관련 변호사법 위반 사건에서도 화천대유 자회사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인 남욱 변호사를 변호했는데 검찰의 부실 수사가 논란이 됐다.

당시 재판부는 "관련 인물 조사가 수사 단계에서 이뤄지지 않았다"며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거론했다.

당시 검찰 수사를 지휘한 수원지검장은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한 강찬우 전 검사장이다.

전직 검사장 출신 인사들을 고문으로 집중 영입한 화천대유의 노림수는 아직 의혹에 머물러있지만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의 '50억 퇴직금' 수사 과정에서 단초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곽 전 의원 역시 서울지검 특수3부장을 지낸 특수통 검사로 분류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