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강간 당했다" 신고했는데…'자기야' 카톡에 뒤집혔다 [법알못]

"아내보다 10세 연하의 복지센터 대표 B 씨는 지난 4월 초부터 자신의 권한을 이용, 위력을 행사하여 아내를 여러 차례 강간하고, 여러 차례에 걸쳐 유사성행위를 강요했습니다."

세 아이 아빠라고 자신을 밝힌 A 씨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같은 글을 올리면서 복지센터 성폭행 사건이 주목을 끌었다.

A 씨는 노인복지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아내가 직장 상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결국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했다.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남 나주경찰서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및 추행 혐의로 입건된 복지센터 대표 B 씨를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지난 7월 A 씨는 "강간을 당한 아내가 자살을 시도하면서 저와 아직 초등학생인 세 아이까지 큰 충격을 받았고, 평화롭던 저희 가정은 한순간에 지옥이 되고 말았다"면서 B 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후 B 씨가 커뮤니티에 A 씨 아내 C 씨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아내 강간 당했다" 신고했는데…'자기야' 카톡에 뒤집혔다 [법알못]

B 씨는 "내용을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으나 불가피하게 방어 차원에서 올린다"면서 "바람피운 아내를 성폭행 피해자로 둔갑 시켜 거액(4억)의 합의금 요구한 사건이다"라고 반박했다.

B 씨의 주장에 따르면 A 씨와 아내 C 씨는 지난 6월 25일 밤 전화를 걸어와 "합의금 4억을 주지 않으면 성폭행범으로 고소하고 국민신문고 등 관계기관에 진정하고 당신 결혼식장에도 찾아가서 평생 망하게 하겠다"고 협박했다는 것.

B 씨에 따르면 협박에 응하지 않자 A 씨와 C 씨는 B 씨를 경찰서에 성폭행범으로 고소했고 언론에 제보해 얼마 후 MBC 뉴스로 다뤄졌다.

B 씨는 "C 씨는 대부분 저에게 먼저 카톡을 보내고 애정표현이 많았으며 일요일에도 심심하다고 연락하곤 했다"면서 "6월 24일까지 카톡을 주고받았음에도 그날 밤 불륜 사실을 남편에게 알렸다. 인간적인 배신감과 억울함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라며 주고받은 카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를 지켜본 네티즌들은 강간 범죄가 아니고 불륜 아니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가 제출한 카톡 대화 내용은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 씨 휴대전화에 자동으로 녹음된 두 사람의 통화 녹음 파일도 분석했으나 협박이나 폭행 등 강제성을 입증할 만한 정황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알못(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는 "법조계에서 가장 판단하기 어려운 사건 중의 하나가 바로 남녀 간의 성관계가 합의에 의한 관계인지 아니면 폭행, 협박, 위력으로 인한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한 성폭행인지 여부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우리 형법상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하여 부녀를 항거불능의 상태로 만든 뒤 간음을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형법 제297조)"라면서 "기존의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폭행이나 협박을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을 구타한다거나 위협하는 행동을 해서 피해 여성이 도망가거나 구조를 요청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야 강간죄가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어 "라틴어 법언에 'in dubio pro reo(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이 존재한다"라면서 "법관이 유죄 판결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합리적 의심 (reasonable doubt)의 여지가 없는 개연성이 있어야만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형사법의 대원칙에 의하여 그동안 애매한 사건에서는 피고인에게 무혐의나 무죄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부연했다.

이 변호사는 "그런데 요즘은 상황이 변하고 있다. 성범죄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해서 성범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유죄로 수사하고 판단을 하고 있다"면서 "최근의 판결들은 강간죄에 대해서는 그 형량도 높아졌고 처벌 대상이나 범위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피해자의 성 인지 감수성’을 중요시하는 하여 성폭행 여부 판단은 '피해여성 인식을 기준으로 한다'고 언급한 판결이 증가하고 있다 (대법원 2012.7.12. 선고 2012도4031)"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간혹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억울하게 성범죄자로 몰려서 큰 곤욕을 치른 사람들이 있다. 성범죄자라면 당연히 중하게 처벌해야 하지만 멀쩡한 사람을 성범죄로 억울하게 누명을 씌우는 일도 한사람의 인생과 가족을 파멸시키는 중한 범죄로 무고죄로 처벌된다 (형법 제156조)"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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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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