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종가 음식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기쁘면서도 어깨가 무겁습니다"
7전8기 구슬땀…조리기능장 꿈 이룬 박정남 원장
최근 시행한 제70회 한식 조리기능장 시험에 합격한 박정남(53) 안동 종가음식연구원장은 조리사라면 누구나 꿈꾸는 조리기능장이 되고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고 했다.

요리업계에서는 조리기능장 시험을 '조리계의 사법시험'이라고 부를 정도로 합격하기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도 전국에서 246명의 요리 실력자들이 도전한 가운데 35명만이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 원장도 지난 2015년 첫 도전에 나선 뒤 지금까지 7번 실패하고 8번 만에 시험을 통과했다.

경북 예천이 고향인 박 원장은 음식 솜씨가 좋았던 친정어머니 덕분에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음식 만드는 일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

대학 졸업 후 안동의 진성 이씨 집안에 시집 가 안동 음식에 조예가 깊은 시어머니에게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건진국수, 콩가루국, 안동식혜 만드는 법은 물론 된장·고추장 담그기, 도토리묵 쑤기, 막걸리 빚기 등 조리전문가가 되기 위한 발판을 다지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30대 초반에 요리 전문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무작정 요리학원에 등록하면서 본격적으로 요리계에 발을 내디뎠다.

학원에서 배운 지 얼마 안 돼 양식 조리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데 이어 한식, 중식, 일식, 복어, 제과·제빵까지 거의 한 달에 한가지씩 독학으로 조리사 자격을 취득하는 등 숨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러나 한식 조리기능장은 쉽게 딸 수 있는 자격증이 아니었다.

한식, 양식 등 조리사 자격증을 일사천리로 따낸 터라 내심 자신이 넘쳤으나 생각보다 벽이 높았다.

7번이나 떨어지는 아픈 경험은 그러나 한식 조리를 더 깊이 알고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예미정 안동종가음식체험관에서 전통메뉴 개발 등에 힘쓰고 있는 그는 올해 대구가톨릭대 대학원에서 외식산업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안동 종가음식 관련 학위 논문을 작성 중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 종가음식 레시피 100선을 책자로 발간하기 위한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종가 음식이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상차림의 멋, 의관을 갖춰 입고 상을 대하는 식탁예절, 종부의 격조 높은 셰프 정신 등이 어우러진 결정체로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품격있는 우리 고유의 문화 자산이라고 자부한다.

그는 이제 조리기능장으로서 정직한 식재료와 건강한 조리법으로 더욱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박 원장은 "요리 연구에 더욱 매진해 몸에 이로운 양질의 음식을 만드는 한편 안동 종가음식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일도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