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 널리 알려진 이름과 유사한 상표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먼저 사용했다는 이유로 상표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혼동 가능성’이 인정돼야 하므로 그 범위가 한정돼 있다고 본 것이다.

헌재는 유사 상표 사용 금지 등을 명시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에 관한 법률이 명확성의 원칙 등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한국과학기술원 표장인 ‘카이스트(KAIST)’와 유사한 ‘iKAIST’ 상표를 사용했다가 한국과학기술원으로부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소송을 당해 패소했다. 이에 A씨는 헌법소원을 냈다. “유사 상표 사용을 금지한 부정경쟁방지법 조항이 명확하지 않고 과잉금지 원칙도 위반한다”는 주장이었다.

부정경쟁방지법 2조는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상호·표장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해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명시하고 있다. 헌재는 이 조항이 명확성 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법이 정한 영업표지의 유사 여부와 혼동 가능성에 대해 법원이 일정한 해석기준을 마련하고 있다”며 “자의적 해석을 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조항이 과잉금지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무조건 먼저 사용됐다는 이유로 상표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혼동 가능성이 인정돼야 하므로 보호되는 영업표지의 범위가 한정돼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이 조항은 다소 추상적 내지 일반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 그 의미를 법관의 보충적 해석에 맡기고 있다”며 “변화하는 사회에 대한 법규범의 적응력 등에 비춰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