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이 분양대행업체 A사의 대표 이모씨에게 건넨 100억원의 행방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 돈은 김 전 부국장이 화천대유로부터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빌린 473억원 중 일부다.

화천대유가 직접 시행한 대장동 5개 블록 아파트 분양대행을 독점한 A사는 외부감사인(회계법인)으로부터 잇따라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고의적인 부실 회계처리’ 논란에도 휩싸였다. “자금흐름을 숨겨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년 연속 부실회계

'부실회계' 대장동 분양社…"자금흐름 숨기려 고의로 감사 피했나"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분양대행사 A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월 외부감사인인 모 회계법인은 A사의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냈다. “재무제표에 대한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할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회계법인은 “A사로부터 경영진의 서면진술서뿐 아니라 손익계산서, 자본변동표, 현금흐름표,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자료를 포함한 주요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감사보고서에 명시했다. 외부감사를 위한 기본적인 자료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또 A사는 2019년에 다른 회계법인으로부터 비적정 의견인 ‘한정의견’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계법인은 보고서에서 “자산 실사에 입회하지 못했다” “영업에 의한 현금흐름에 수정 사항이 있는지 결정할 수 없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선 A사가 “의도적으로 회계감사를 회피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A사는 화천대유가 대장동 부지 15개 구역 가운데 수의계약을 통해 직접 시행한 5개 구역의 아파트 분양 대행을 독점한 회사다. 이씨 측은 “김 전 부국장으로부터 받은 100억원은 한 토목업체에 전액 송금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부국장 측도 “이 대표가 ‘한 토목업체 나모 대표에게 빌린 돈 20억원을 빨리 갚아야 한다’고 해서 준 것”이라며 돈 거래는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돈이 오간 자세한 경위와 차액 80억원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김 전 부국장이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서 돈을 빌려 A사에 전달하는 방식을 취했다는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김 의원은 “A사가 회계감사를 부실하게 대응해 무언가를 감출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는지와 용처가 불분명한 473억원과의 연관성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사 대표, 박영수·남욱과 친밀”

일각에선 “김 전 부국장과 이씨의 돈 거래, 그리고 박영수 전 특검이 연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씨는 박 전 특검의 친인척으로 알려져 있다. 화천대유 고문을 맡았던 박 전 특검은 이씨가 대표를 지낸 건축자재업체 C사에서도 2014년 1월부터 2월까지 사외이사를 맡았다. 박 전 특검의 아들 역시 이씨가 대표를 지낸 다른 업체 D사에서 수개월간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 전 특검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이씨가 김만배 씨로부터 돈을 수수하거나 그들 사이의 거래에 관여한 사실이 없어 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다.

A사 대표 이씨는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5호 정영학 회계사와도 긴밀한 관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2014년에는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관여한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에서도 분양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