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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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공직자에게만 배우자 직계존·비속(부모, 조부모, 자녀 등)의 재산을 등록하도록 정한 공직자윤리법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30일 서울행정법원이 "공직자윤리법 부칙 제2조가 위헌소지가 있다"며 낸 위헌제청한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공직자윤리법 부칙 제2조는 재산등록을 한 기혼여성 등록의무자의 경우, 배우자의 직계존·비속의 재산도 등록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2009년 개정된 공직자윤리법 제 4조 1항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전까지는 남여 공직자 모두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재산도 등록해야 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이 개정되며 본인의 직계존·비속의 재산만 등록하면 되게 만든 것이다.

헌재는 "혼인한 여성 등록의무자의 경우에만 본인이 아닌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재산을 등록하도록 하는 것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양산한다"며 "가족관계에 있어 시가와 친정이라는 이분법적 차별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어 '남성우위·여성비하'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위헌 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헌재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그릇된 인식 양산"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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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위헌법률심판제청은 한 여성법관으로부터 시작됐다. 법관 A씨는 2004년 법관으로 임용된 이후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남편의 직계존속의 재산을 등록해왔다.

2009년 앞서 설명한 공직자윤리법 제4조 제1항이 개정되고 A씨는 이에 따라 2017년 2월 재산변동사항을 신고하면서 자신의 직계존속의 재산만 등록했다.

하지만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2017년 12월 A씨에게 "공직자윤리법 부칙 2조에 따라 A씨는 여전히 배우자의 직계존속재산을 등록해야하는데도 이를 누락했다"며 경고처분을 내렸다.

A씨는 서울행정법원에 처분취소소송을 진행하면서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2019년 1월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헌재는 "헌법 제11조 제1항은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고,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서 특별히 양성의 평등대우를 명하고 있다"며 "절차상 편의도모, 행정비용 최소화 등의 이유로 헌법에 반하는 제도, 성별에 의한 차별 취급이 엄격히 금지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