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 전우회 창립 회원으로 활약…시간·비용 부담하며 각종 봉사
전우회 내 동호회 만들어 회원 유지…자원봉사 명예의 전당 올라
[#나눔동행] 30년간 봉사 매진…울산 해병대전우회 산증인 이상수씨
"우리 때만 해도 자부심과 애국심으로 봉사했죠. 이제는 그런 마음들이 옅어진 것 같아 씁쓸하지만, 시대가 변한 것도 받아들여야죠. 요즘은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동호회와 연계하는 방법으로 봉사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
팔각모와 빨간 명찰로 상징되는 해병대전우회 회원들은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자원봉사자다.

각종 축제나 행사장마다 어김없이 교통정리를 하는 그들을 만날 수 있고, 지역마다 초소를 두고 순찰을 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똘똘 뭉쳐 봉사를 실천하는 그들이지만, 이제는 회원이 점점 줄어 전우회를 꾸려가기가 만만치 않다고 한다.

이상수(63) 해병대전우회 울산연합회 수석부회장은 울산지역 해병대전우회의 출범과 활약을 이끌어온 주인공이자 산증인이다.

이 부회장은 해병대를 전역하고 1980년대 초반부터 울산에서 전우회 활동에 참여했다.

다만 당시에는 체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아, 소수의 회원만 참여하다가 전우회가 없어져 버리는 일도 잦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1989년 울주군 해병대전우회 출범을 주도한 이후로는 소속 회원으로 봉사에 참여했으며, 14년간 회장을 맡아 단체를 이끌기도 했다.

[#나눔동행] 30년간 봉사 매진…울산 해병대전우회 산증인 이상수씨
그가 참여하는 봉사 영역은 광범위하다.

흔히 아는 교통정리나 방범 순찰 이외에도 해양환경 정화, 재난·재해 복구, 취약계층 집수리 등 다양하다.

우선 스킨스쿠버 자격증이 있는 회원들이 많은 특성을 살려 매월 1회씩 울산 해안을 순회하며 바다 쓰레기 수거 활동을 전개했다.

회원과 그 가족 등 100여 명이 해상과 육상에서 동시에 쓰레기를 수거하면 하루 5∼6t을 모으는 성과를 올렸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작년부터 바다 쓰레기 수거 봉사는 잠정 중단된 상태다.

여름철이면 진하해수욕장이나 강동 산하해변에서 수상 안전요원으로 활약하고, 해수욕장 해파리 수거 활동도 펼친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의 집을 수리하고, 도배와 장판을 교체하는 봉사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을 병원에 모셔다드리는 일도 맡는다.

태풍으로 물난리가 나면 어느 단체보다 먼저 복구에 나서기도 한다.

코로나 시대에는 버스정류장 소독 등 지역 방역에 솔선수범하고 있다.

[#나눔동행] 30년간 봉사 매진…울산 해병대전우회 산증인 이상수씨
이 부회장은 30년 넘게 해병대전우회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봉사에 매진한 공로를 인정받아 울산시자원봉사센터가 선정하는 '울산 자원봉사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그 과정에서 숱한 시간은 당연하고, 남모르게 적잖은 비용까지 들었다고 한다.

개인 시간은 물론 사비까지 할애해 봉사활동에 전념하는 가장을, 가족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4∼5년 전 근무하던 전세버스 회사를 인수하기 전까지는 평생을 통근버스 등을 모는 기사로 일했는데, 운전을 위한 휴식 시간을 빼고는 거의 모든 시간을 전우회 활동에 쏟았습니다.

14년간 회장으로 있으면서도 회원 유지와 관리에 개인적으로 쓴 돈이 연간 1천만원은 됐더라고요.

가족들이 '봉사에 미쳤냐'고 반대하기도 했는데, 결국은 제 진심을 알아줬습니다.

아내도 요즘 해병전우회 부녀회원으로 함께 봉사활동에 다니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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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30년간 봉사 매진…울산 해병대전우회 산증인 이상수씨
그러나 요즘에는 해병대전우회도 신규 회원을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한다.

사명감과 책임감이 강조되는 봉사단체의 특성, 경제활동이나 취미·여가에 가치를 두는 생활 양상 확산 등의 영향으로 이 부회장은 분석했다.

그래서 착안한 방법이 취미활동과 봉사를 연계하는 방법이다.

전우회 내에 축구·족구·등산·스킨스쿠버 등 분야별 동호회를 두고, 회원들이 취미활동을 하면서 봉사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요즘은 봉사활동 하려는 젊은 세대를 찾기가 쉽지 않아요.

아쉽기도 하지만, 저마다 살기 팍팍한 시대를 생각하면 섭섭해할 일도 아니겠죠. 다만 봉사활동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해서 선뜻 시작하지 못하는 분들을 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가족과 여가를 보내며 할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큰 보람을 느끼고 재미를 붙일 수도 있다고요.

그렇게 봉사의 세계로 입문하는 분들이 많아지기를 희망합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