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팀이 로봇 의족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 박창식 교수, 다섯 번째 홍 교수, 여섯 번째 서현석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홍준표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팀이 로봇 의족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 박창식 교수, 다섯 번째 홍 교수, 여섯 번째 서현석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당뇨 합병증이나 교통사고로 발·다리를 절단한 환자들에게 스마트 로봇 의족은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걷기, 달리기 등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물론 신체 부위가 없어진 곳에 통증을 느끼는 ‘환상통’도 줄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자연스러운 움직임과 비싼 비용으로 인해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편이다.

이 분야의 국내 최고수로 통하는 서울아산병원의 홍준표·서현석·박창식 성형외과 교수팀은 로봇 의족이 대중화되려면 움직임을 더 정교하게 가다듬고, 구매비용을 대폭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를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최근 기자와 만나 “환자의 생체신호를 기반으로 알아서 움직이는 인공지능(AI) 로봇 의족을 국내 기술로 개발할 계획”이라며 “로봇 의족 국산화에 성공하면 의족 구매 비용도 3분의 1가량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활용하는 생체신호는 ‘근전도’다. 근전도는 몸을 움직일 때 근섬유를 따라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다. 근육에 패치를 붙여 특정 동작에 따라 달라지는 근전도를 분석한 뒤 가상현실(VR) 등을 통해 반복 훈련을 거치며 데이터를 쌓는다. 이를 AI로 학습시키면 로봇이 근전도 신호에 따라 환자가 걸을 것인지, 뛸 것인지, 계단을 오를 것인지 등을 인지하고, 그에 따라 동작을 구현한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9월 정부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R&D) 사업 과제를 따내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휴고다이나믹스 등과 함께 양다리가 절단된 환자를 위한 스마트 로봇 국산화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스마트 로봇 의족의 정교한 움직임을 위해 신체 절단 수술 단계 때부터 적용하는 기술도 연구 중이다. 하지 절단술을 시행할 때 말초신경과 주변 근육의 신경을 서로 연결하는 ‘TMR’, 절단 부위의 신경에 전극을 연결해서 미세한 신호를 증폭하는 ‘RPNI’ 기술이다.

박 교수는 “이들 기술을 적용하면 말초신경의 생체신호를 안정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 로봇을 환자가 원하는 대로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며 “특히 RPNI 기술은 절단 부위에 통증을 느끼는 환상통 감소 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내년부터 사람을 대상으로 TMR·RPNI를 활용한 신경 회복 임상시험을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연구팀의 또 다른 목표는 로봇 의족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지금은 미국 바이온엑스와 독일 오토복 등 해외기업이 글로벌 로봇 의족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가격은 3500만~6000만원 수준이다. 홍 교수는 “로봇 의족 국산화에 성공하면 2000만원 선에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 건강보험도 적용되면 환자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