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으면 만 45세까지…" D.P.에 없는 탈영병 이야기

최근 드라마 업계에서 가장 떠들썩한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D.P.'(사진)다. 제목 그대로 일명 '군무이탈체포조', 즉 탈영병을 잡는 군인들의 이야기다. 이번 추석 연휴 동안 '정주행 리스트' 1위로 꼽는 이들도 많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만들어진 이 드라마는 한국을 비롯해 태국, 베트남에서도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 모두 다 징병제를 실시하는 국가다. 전세계적으론 넷플릭스 기준 10위권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각국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드라마에선 탈영병 대부분을 부대로 다시 데려온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스포일러이니 생략한다).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다. 돌아오지 않는 군인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5년 넘게 돌아오지 않은 軍人 9명

20일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이 군을 통해 입수한 자료 따르면 지난달 기준 5년 이상 탈영 상태인 장기 군무이탈자는 총 9명이다. 이 가운데 5명은 10년 이상 군에 복귀하지 않은 상태다.

장기 탈영병들의 군무 이탈 사유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경우가 절반을 넘는다. 원인불상(5명)이 과반수다. 나머지 장기 탈영병들도 군탈 사유를 제대로 알기 힘들다. 복무부적응(추정·3명), 가정환경(추정·1명)이다. 최장기간 탈영병은 18년 5개월 동안 거취가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45세까진 수배 상태

그렇다면 장기 탈영병들은 언제까지 쫓기는 상태일까. 군형법상 탈영(군무이탈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개정 전인 2007년 12월 21일 이전에 탈영했다면 7년이 적용된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각 군에서는 3년마다 군무이탈자에게 복귀명령을 내리기 때문이다. 군형법상 명령위반죄가 정기적으로 새롭게 적용되는 셈이다. 명령위반죄의 공소시효는 5년(개정 전엔 3년)이다. 병역의 의무가 없어지는 만 40세가 넘으면 면역(免役)이 되지만, 복귀명령을 받은 이상 만 45세가 되기 전까진 사실상 수배 상태나 다름없다.

매년 줄어드는 탈영병 수

탈영병 수는 매년 100명을 웃돈다. 유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군무이탈한 탈영병은 총 521명이다. 사유로는 복무 부적응(264명)이 50.6%로 절반을 넘는다. 경제문제(59명)가 11.3%로 뒤를 잇는다. 처벌 우려로 탈영한 경우(57명), 신변비관(31명), 이성문제(28명)로 탈영하는 경우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탈영병 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2017년(150명) → 2018년(127명) → 2019년(106년) → 2020년(89명)' 으로 감소 추세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육·해·공군과 해병대 등 전 군을 통틀어 탈영한 군인 수는 49명이다. 전년 같은 기간과 월 평균으로 비교해봐도 줄었다.

사병들의 일과 후 휴대폰 사용 허가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군사법원장과 법무병과장을 지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가족들과 수시로 연락하고 군 생활을 알리는 분위기가 군대 내 부조리와 폭력 등을 감소시킨 측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D.P. 보직은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내년 7월 폐지될 예정이다.

안효주 기자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