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영씨, 딱한 사정 듣고 치료·지원 적극 나서
'발달장애' 세 모자 6년간 보살펴준 女상담치료사
"예전에는 돈 빌려달라는 사람이 있으면 주고 그랬는데 이제는 안 그래요.

"
발달장애인 이경숙(50)씨는 8년 전 남편을 잃은 후 자신과 마찬가지로 발달장애를 앓는 어린 아들 둘과 거친 세상을 헤쳐나가야 했다.

인지능력이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인 경숙씨와 당시 10살·7살에 불과했던 아이들을 지켜줄 사람은 없었다.

일부 지인은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경숙씨에게서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숙씨는 관리비를 내지 못해 아이들과 살던 임대아파트에서 쫓겨날 위기까지 겪었다.

게다가 특수학교에 다니는 첫째는 수시로 집을 나가 며칠간 들어오지 않아 속을 썩였다.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둘째도 범죄 피해를 보는 등 상황은 점점 나빠졌다.

그때 경숙씨 가족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이가 있었다.

고양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 장애학생인권지원단 활동을 하던 이준영 상담치료사였다.

이 상담치료사는 2015년 경숙씨네 사정을 알게 된 이후 재능기부 형식으로 이들이 심리발달센터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시작해 올해까지 6년째 심리·놀이·상담치료 등을 하고 있다.

처음 치료를 위해 센터를 찾았을 때 경숙씨와 아이들은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저 "괜찮다", "좋다"는 대답만 반복하며 속내를 보이기 꺼렸다.

6년에 걸쳐 이 상담치료사의 보살핌과 관심을 받으면서 이제는 "집에 쌀이 떨어졌다"는 이야기까지 할 수 있게 됐다.

'발달장애' 세 모자 6년간 보살펴준 女상담치료사
이 상담치료사는 20일 "오랫동안 인연을 맺고 관계를 쌓아가다 보니 이제는 고민도 먼저 이야기하고 해결이 힘든 문제는 전화해 도움도 요청할 정도로 달라졌다"고 했다.

아이들뿐 아니라 보호자인 경숙씨도 발달장애가 있는 터라 이들에게는 치료와 함께 관심을 두고 지켜봐 줄 보호자가 필요했다.

이 상담치료사가 지원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이유다.

그는 "치료비는 만 18세 미만 장애아동에게 정부가 지원하는 발달 재활서비스 바우처가 전부였다"며 "바우처만으로는 경숙씨 가족에게 필요한 수준의 치료를 진행할 수 없어 나머지는 모두 사비나 재능기부 형태로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첫째가 올해 만 18세가 되자 바우처 지원도 끊겼다.

그래서 이 치료사는 하나금융나눔재단의 장애가족 심리치료비 지원 프로그램을 직접 신청했고,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이 상담치료사는 "정부나 기업의 장애인 대상 지원사업은 90% 이상이 만 18세 미만 대상이어서 성인이 되면 오히려 지원받을 기회가 줄어든다"며 "성인도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숙씨는 이 상담치료사의 꾸준한 보살핌 덕에 많은 문제가 해결됐다며 고마워했다.

"힘든 건 많이 해결됐어요.

선생님이 상담도 해주시고 보살펴주셔서 아이들도 저도 전보다 많이 웃게 됐어요.

아이들과도 사이가 좋아져 요즘 정말 행복해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