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도 근무하는 요양보호사·간호사…"내가 쉬면 어르신들은 못 쉬어"
'명절 앞두면 더 울적'…외로운 어르신 달래는 요양병원 직원들
3년째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조미화(63) 씨에게 모두가 쉬어가는 추석은 '평소보다 조금 더 바쁜 평일'이다.

명절이 가까워지면 가족들을 만나지 못해 울적해하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조 씨는 "기운이 없어 보이는 어르신들에게 다가가 말 한마디를 더 붙인다"며 "'밖에 비가 오네' 하면서 화제를 돌리거나 함께 화투를 치면 어르신들의 기분이 금세 풀리곤 한다"고 말했다.

20일 추석 명절을 앞두고 만난 전주시 덕진구 여의동 나은요양병원 직원들은 평소보다 더 분주하게 추석을 맞이하고 있었다.

조 씨는 올해 추석 연휴 기간 20일부터 사흘간 나이트 근무를 선다.

오후 8시 40분부터 아침 7시 50분까지, 휴식 시간 3시간을 제외하고는 꼬박 밤을 새운다.

보름달이 환하게 세상을 비추는 동안 조씨는 어르신들이 편히 잠이 들도록 대변과 소변을 받는다.

그전에는 목욕을 돕고 손톱과 발톱도 살뜰히 잘라준다.

가사도 조 씨의 몫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출근 전후로 집안일까지 하다 보면 그의 몸은 고될 수밖에 없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부모님, 혹은 나이가 들어 외로워할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다.

조 씨는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휴일에 근무하는 게 고됐지만, 요양보호사들이 쉬면 어르신들은 쉬지 못할 것이란 생각을 하며 힘을 낸다"며 "'내가 아니면 이 일을 누가 하냐'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명절 앞두면 더 울적'…외로운 어르신 달래는 요양병원 직원들
확산세가 쉽게 잦아들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요양병원 직원들을 지치게 한다.

코로나19로 직원들의 근무는 더 늘었다.

병원 출입을 통제해 어르신들 산책에 데 직원들이 동행해야 한다.

정부 방침에 따라 요양병원 면회 방식이 바뀔 때면 종일 보호자들의 문의 전화를 받기도 한다.

특히 지난 13일부터 2주간 요양병원 대면 면회가 허용되면서 보호자들의 백신 예방접종 확인, 병원 소독 등 일이 또 더해졌다.

김남순(53) 간호사는 "예약이 꽉 차 대면 면회가 불가능하자 '그냥 면회하면 안되냐'고 요구하는 보호자와 실랑이를 하기도 했다"며 힘들었던 상황을 털어놓았다.

김 씨 역시 고될 때마다 어르신들을 생각한다.

빠르게 퇴원하는 일반 병원과 달리, 요양병원은 환자들이 오래 머무르다보니 직원들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어르신들이 많기 때문이다.

김 씨는 "늘 함께 생활하다 보니 환자분들 중에서는 가족보다 직원들에게 더 많이 의지하는 분들도 있다"며 "의료진이자 환자의 보호자라는 생각으로 명절에 쓸쓸한 어르신들이 없도록 더 살뜰한 말벗이 되고 있다"고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