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 기증하고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 영향…이식 수술 먼저 제안"
[#나눔동행] "가진 것 나누는 건 당연" 신장 기증한 최경미씨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줄은 몰랐어요.

기증 승인을 받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나눔을 실천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
경기 부천 한식당 운영자 최경미(59·여)씨는 지난해 12월 하순께 자신의 세무 업무를 대리했던 세무사 지선봉(67·남)씨가 '신부전'을 앓아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씨는 증상이 위중해 '신장 이식' 수술이 절실했지만, 가족들이 모두 다른 질환을 앓아 신장을 줄 수 없어 애를 태우고 있었다.

신부전은 혈액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수분량을 조절하는 장기인 '신장'이 기능을 상실해 다른 장기에 손상을 유발하는 질병이다.

증상이 악화한 환자는 1주일에 3차례 4시간씩 혈액의 노폐물을 인위적으로 제거하는 '투석'을 받아야 하며 증상이 더 악화하면 생명이 위태로워져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

안타까움에 마음이 무거워진 최씨는 지씨가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신의 신장을 주기로 했다.

신장 2개 중 1개를 떼어내면 나머지 1개로 체내 노폐물을 모두 제거해야 해서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건강 상태를 점검해야 하는 등 희생이 따랐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자신의 선행으로 생명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19일 "안구를 기증하고 선종하신 고 김수환 추기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평소 장기 기증 실천을 마음먹고 있었다"며 "내가 가진 걸 나눈다는 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해 지씨에게 전화해 신장을 줄 테니 이식 수술을 하자고 제안했다"며 결심의 계기를 말했다.

그러나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하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장기 기증에 따른 이식 수술은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의 승인을 받아 이뤄지는데 타인 간 기증은 절차가 까다로워 승인을 받기가 매우 어려웠다.

가족 간 기증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타인 간 기증은 '장기매매' 등 자칫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예외적으로만 승인을 내준다는 게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의 설명이다.

최씨는 "지씨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재산이 더 많은 점도 증명해야 했다.

가족 동의서와 지인들의 추천서도 제출했다"며 "장기매매 등 우려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생각보다 까다로운 승인 조건과 절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다행히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은 지난 7월 신장 이식 수술 승인을 내줬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은 최씨가 평소 어려운 이웃에 나눔을 실천하는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온 점과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봉사상도 받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승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은 승인이 나자마자 수술 일정을 앞당겨 지난달 26일 신장 이식을 진행해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병원에서 이뤄진 50번째 신장 이식 수술이었다.

최씨와 지씨는 2주간 회복 치료를 받은 뒤 이달 초순 모두 건강하게 퇴원했다.

지씨의 주치의인 이 병원 신장내과 민지원 교수는 "지씨의 신장은 2개 모두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이식 수술을 받지 못했다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씨는 "새로운 삶을 선물 받은 만큼 저도 최씨처럼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며 건강하게 살겠다"며 최씨와 의료진에 감사 인사를 했다.

최씨는 "지씨가 건강을 되찾아 매우 기쁘다"며 "앞으로도 계속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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