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공원 등에 수백 명…"우리 밥만 기다리시는데 쉴 수 없죠"
"명절이 더 외로워"…추석 연휴에도 무료급식소 긴 줄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세요" "고마우이, 잘 먹겠습니다.

"
추석 연휴 첫날인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뒤편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 앞에 긴 줄이 만들어졌다.

공원 뒷담을 따라 늘어선 줄은 인사동 입구까지 100m가 넘었다.

대부분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이었다.

급식소 운영자 손영화(66)씨와 자원봉사자들은 파라솔 밑 탁자에 겹겹이 쌓은 도시락을 한 사람당 하나씩 나눠줬다.

도시락에는 다시다를 곁들여 양념한 밥과 미역국, 애호박조림, 삶은 달걀과 요구르트가 담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식소 안에서 배식할 수 없게 돼 도시락으로 바꿨다고 한다.

4년째 이곳에서 급식을 받아 점심을 해결한다는 김모(88)씨는 "집도 없고 돈도 없어 어디서 밥 먹을 곳이 없는데 이렇게 챙겨 주시니 참 고맙다"고 했다.

급식소가 준비한 약 300인분의 도시락은 약 20분 만에 동이 났다.

마지막에 줄을 섰던 노인 10여 명은 아쉬워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손씨는 "어제는 조금 남더니 오늘은 더 많이들 오셨다.

내일 꼭 또 오시라"며 미안해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손씨는 급식 대신 매일 점심에 맞춰 300∼350인분의 도시락을 나눠 주고 있다.

지난해 겨울부터는 아침 8시께부터 주먹밥도 200∼250개씩 배부한다.

손씨는 "연휴에도 우리 밥만 보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쉴 수는 없다"며 "날이 더 추워지면 떡국도 매일 끓여 나눠줄 예정"이라고 웃어 보였다.

"명절이 더 외로워"…추석 연휴에도 무료급식소 긴 줄

서울역 인근의 무료급식소인 '따스한 채움터'에는 노숙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급식소는 이날 점심 예정된 메뉴 외에도 인근 사찰에서 전달받은 송편을 노숙인들에게 나눠주며 명절 분위기를 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속화 한 이후 급식소는 출입자들의 코로나19 음성 판정서를 확인한 후 급식소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급식소 내부의 식탁에는 모든 자리마다 비말 차단 칸막이도 설치됐다.

급식소 관계자는 "평소에는 200분 정도가 점심때 이곳을 찾는데 오늘은 그보다는 조금 적었다"며 "전날이 노숙인에게 수급비가 지급되는 '월급날'이어서 다들 맛있는 것 드시러 간 것 같다"고 말했다.

명절에 홀로 급식소를 찾은 사연을 묻자 노숙인들은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서울역에서 노숙 생활 중이라는 최모(57)씨는 "가족도 친구도 연락을 안 하고 사는데 명절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며 "기차역에 붐비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뒤숭숭해져 급식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송편을 들고 급식소를 나서던 이모씨는 "오늘이 추석 연휴 시작이라는 것도 방금 알았다"며 "명절이면 외로움도 더 심해지는데, 그래도 이렇게 떡이라도 챙겨주면서 신경 써주는 사람들이 있어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명절이 더 외로워"…추석 연휴에도 무료급식소 긴 줄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