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차려진 자영업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향을 피우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차려진 자영업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향을 피우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한 생활고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들의 합동분향소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3번출구 앞에 가까스로 차려졌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측과 경찰이 전날 8시간에 걸쳐 대치와 실랑이를 이어간 끝에 설치된 것이다.

이날 합동분향소에는 동병상련의 자영업자와 시민들의 발길이 하루 내내 이어졌다. 자영업자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어느 정도였을지 충분히 짐작이 된다”며 한목소리로 안타까워했다.

초라한 추모공간

합동분양소는 15㎡ 남짓 크기였다. 펜스와 경찰 50여 명에게 둘러싸여 밖에선 추모 공간인지조차 구분되지 않았다. 바닥에 가로, 세로 3m 남짓한 천을 깔아 임시로 자리를 마련했다.

조문객들은 ‘근조, 대한민국 소상공인 자영업자’라고 적힌 액자 앞에서 절을 했다. 분향소 뒤에는 현장을 찾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보낸 커피와 치킨 등 각종 음식이 놓여 있었다.

이날 아침에도 경찰과 자영업자의 실랑이는 간헐적으로 발생했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단상과 화환을 모두 준비했는데, 경찰 제지에 막혀 충분히 반입하지 못했다”며 “경찰이 법리적 잣대로만 판단해 분향소 설치를 막는 것 같아 유감”이라고 했다. “방역에 차질이 우려되는 만큼 추모 관련 물품을 더 들여보낼 수 없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었다.

합동분향소에는 정치인의 발걸음도 아침부터 이어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이 이곳을 찾았다. 심 의원은 “국가가 무책임해서 사람이 죽었으면 가시는 길이라도 제대로 마련해 드려야 한다”며 “직접 와보니 현장이 참담해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동병상련 느낀다”

합동분향소에는 동료 자영업자를 추모하기 위해 장사를 잠시 멈추고 찾은 자영업자가 상당수 눈에 띄었다. 자영업자 권모씨(58)는 “세상을 떠난 이들의 절망에 백번 공감한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권씨가 9년째 운영 중인 작은 마트는 지난해 코로나19 창궐을 계기로 손님이 하루 평균 200명에서 20명 수준으로 줄었다. 권씨는 극도의 스트레스로 지난해 12월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그는 “병원에선 5㎝ 크기 뇌종양 진단을 내리면서 ‘열두 번 쓰러졌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며 “돌아가신 자영업자의 넋을 기리는 분향소마저 경찰이 막는 것은 과잉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의도에 있는 ‘나래비 식당’ 주인 천모씨(60)는 “코로나 전과 비교해 매출이 80% 이상 줄었다”며 “자영업자 22명이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고 하던데 실제론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향소에는 일반 시민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에 이곳을 찾은 김모씨(55)는 “민주노총의 불법 시위는 수수방관하는 경찰이 자영업자들의 합동분향소 설치를 이렇게까지 제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