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수 실종된 서울 광장시장·낙원동 떡전골목
"추석 대목은 무슨…명절 올 때마다 매출 반토막"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폐백·제수 음식 골목은 유난히 조용했다.

수십m 음식 골목에서 빈대떡이나 잡채를 파는 상인과 손님들의 말소리가 입구까지 울려 퍼졌다.

폐백 골목의 상인들은 가판에 곶감호두말이를 내놓고 시장 입구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에서 40년째 선물용 제수음식 세트를 팔고 있다는 부부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사갈 사람이 없으니 미리 세트음식을 만들어 포장해두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부부의 가게엔 플라스틱 세트음식 모형과 한때 이곳에서 폐백음식을 주문했던 유명 연예인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이들은 "추석 대목이 무슨 소리냐. 주문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며 "지원금이 25만원씩 나온다지만 다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세트로 음식 선물을 사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2천명을 넘나드는 가운데 서울 대표 시장 중 하나인 광장시장 상인들의 표정에는 웃음기가 사라졌다.

이 시장의 제수·폐백음식 업체들은 주로 도심의 회사나 수도권 예식장 등에 대규모로 납품하는 경우가 많아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이곳에서 굴비가게를 하는 이모(55)씨는 "코로나19 전에는 명절에 굴비를 갖다 놓기만 하면 종로 쪽 회사에서 단체로 주문을 했다"며 "요즘은 그런 거래처에서 연락이 싹 끊겼다"고 말했다.

폐백가게를 하는 강모(59)씨도 수도권 대형 예식장에 폐백음식을 납품하는 일을 주력으로 해왔지만, 코로나19로 문을 닫는 예식장이 속출하며 판매처가 사라졌다고 했다.

강씨는 "독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문을 열고 있는데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폐백 골목은 코로나19 이후로 시간이 멈춘 것 같다"며 눈물을 보였다.

상인들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10여곳에 이르던 폐백상점 중 여전히 남아 영업하는 곳은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대부분 시장을 떠났고, 그나마 남은 사람은 과자나 수입식품을 판매하는 소매점이나 분식집으로 업종을 바꿨다고 한다.

"추석 대목은 무슨…명절 올 때마다 매출 반토막"

명절 즈음에는 늘 분주하던 종로구 낙원동 떡전골목도 인적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3대를 이어 떡집을 하고 있다는 김모(37)씨의 가게 한편에는 팔리지 않은 떡 상자가 쌓여 있었다.

김씨는 "코로나 이후로 설 1번과 추석 2번을 겪어봤는데 명절이 올 때마다 매출이 반 토막 난다"고 했다.

김씨는 "을지로 쪽에 있는 여행사들이 명절의 주 고객이었는데 몇 곳은 망했고, 망하지 않더라도 직원들이 무급으로 쉰다더라"며 "일반 손님들 사가는 송편이랑 콩떡을 많이 만들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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