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연구 16년 외길

유산균 발효과학 '최고 전문가'
김치냉장고 숙성 설계·연구 자문

"김치전문가 중기파견제 도입
중소업체 해외수출도 지원할 것"
장해춘 세계김치연구소장 "K푸드 김치의 우수성 과학으로 알릴 것"

“중국의 파오차이는 향신료에 각종 채소를 넣은 단순한 절임음식이에요. 김치만큼의 유산균도 발효 맛도 없죠. 김치 분야의 유일한 종합연구기관답게 이 같은 한국 김치의 우수성을 과학으로 알리겠습니다.”

한국인의 ‘소울푸드’ 김치. 매일 밥상에 오르는 반찬이면서 한국 문화 자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BTS를 비롯한 K팝 열풍을 타고 ‘김치 붐’이 일면서 외국에서도 김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김치를 국내에서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유일한 정부 출연 종합연구기관이 세계김치연구소다. 지난달 4대 소장에 임명된 장해춘 신임 세계김치연구소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파오차이보다 김치가 유산균을 최대 1000배가량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점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라며 “김치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종주국으로서 우수성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세계김치연구소 수장 자리는 1년9개월간 공석이었다. 연구 성과 부족 등의 문제를 지적받으면서 한국식품연구원과의 통폐합 논의까지 이뤄지기도 했다. 그런 만큼 장 소장이 내건 각오도 남다르다. ‘김치산업 허브’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산·학·연 교류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보유한 연구 결과를 적극적으로 김치 제조업체에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장 소장은 “전문가를 중소업체에 파견하는 ‘김치전문가 파견근무제’ 등을 도입하겠다”며 “선진 연구기관을 벤치마킹한 개혁 방안을 수립할 것”이라고 했다.

장 소장은 2005년부터 16년간 조선대에서 김치연구센터를 이끌어온 김치 전문가다. 국내 유명 김치냉장고 제품의 김치 숙성 설계 역시 그의 연구 자문을 거쳤다. 유산균을 연구하던 그가 김치 연구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은 다소 우연한 계기였다.

“1996년 조선대에 부임하면서 김치 연구를 맡게 됐습니다. 유산균 발효과학을 연구해 보니 잘 알려진 유제품 유래 유산균보다 김치 유래 유산균이 소화기관에서 더 잘 살아남는 등 특성이 상당히 달랐어요. 그때부터 체계적인 김치 연구가 국내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장 소장은 김치 연구가 단순히 김치산업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식품산업 전반에 다양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령 김치 유산균에서 유래한 항균물질은 국내 한 기업의 연구개발을 거쳐 식품 보존제로 상용화됐다.

세계김치연구소는 국내 중소 김치 기업들을 위한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장 소장은 “최근 유럽의 식품 수입 규정이 강화되면서 ‘젓갈 인증’ 문제로 중소업체들이 유럽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기업들과 협력해 활로를 뚫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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