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 금촌동 율목지구에는 겉모습만으로도 평범하지 않은 한옥이 있습니다.

지붕에 기와나 볏짚 대신 점판암(청석)을 켜켜이 쌓은 돌기와집입니다.

[사진톡톡] 전쟁도 견뎠던 파주 돌기와집…재개발로 해체 앞둬
[사진톡톡] 전쟁도 견뎠던 파주 돌기와집…재개발로 해체 앞둬
16일 파주시 중앙도서관에 따르면 이 집은 현 소유주의 할아버지가 해방 이전인 1944년 개성에서 기술자와 자재를 동원해 밤나무 언덕에 지은 개성식 한옥입니다.

건물은 안채 56㎡·대문채 39㎡이며, 마당 가운데에는 중앙 화단이 있습니다.

지붕에는 청석이 물고기 비늘처럼 촘촘하게 쌓여 있습니다.

[사진톡톡] 전쟁도 견뎠던 파주 돌기와집…재개발로 해체 앞둬
[사진톡톡] 전쟁도 견뎠던 파주 돌기와집…재개발로 해체 앞둬
본래 돌기와집은 강원도 북동부와 충북 산악 지역의 전통 가옥으로 알려져 있는데, 1940년대 개성 지역에서도 유행했다고 전해집니다.

분단 이전 파주 지역은 서울이나 고양 대신 지리적으로 가까운 개성 중심의 생활권이었습니다.

특히, 현재 비무장지대(DMZ) 바로 앞인 파주 문산 지역 주민들은 개성에 가서 장을 보는 것이 일상일 정도였습니다.

[사진톡톡] 전쟁도 견뎠던 파주 돌기와집…재개발로 해체 앞둬
안타깝게도 이 집의 사람들은 돌기와집을 지은 지 10년도 되지 않아 집을 떠나야 했습니다.

바로 한국전쟁이 터졌기 때문이죠.
이들은 피난 생활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전쟁으로 집이 파괴됐거나 훼손됐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돌기와집은 피난을 떠나기 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국군이 이곳을 임시 야전병원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덕분입니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돌기와집은 남한에 남은 개성식 한옥이 됐고, 77년 동안 원형과 크게 다르지 않게 보존됐습니다.

하지만 전쟁에도 무너지지 않았던 돌기와집은 곧 밤나무 언덕에서 사라질 예정입니다.

파주시의 첫 재개발사업에 율목지구가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사진톡톡] 전쟁도 견뎠던 파주 돌기와집…재개발로 해체 앞둬
이에 파주시와 문화재청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은 업무협약을 맺고 돌기와집을 해체해 수장고로 이전하기로 했습니다.

이어 새로운 부지가 마련되는 대로 재건해 근대 한옥 건축문화에 대한 교육과 체험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전쟁도 견뎌냈던 돌기와집이 재개발 사업을 만나 다른 곳으로 이전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근대 한옥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