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치상 혐의 벗기 위한 포석…재판부, 오 측 요청에 의사협회에 의뢰
공동대책위 "사전 조율없이 왜 신청했나…분노 넘어 또다시 상처"
피해자 본인 "오거돈 당신 정신 감정이나 받아보라" 반발
오거돈 '무릎꿇고 사죄?' 항소심서 피해자 진료기록 재감정 신청
강제추행 치상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받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 항소심에서 피해자 진료기록 재감정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15일 오전 부산고법에서 열린 오씨 첫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피해자 진료기록감정촉탁신청을 미리 대한의사협회에 해 놨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3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봤다.

피해자 진료기록에 대한 재감정 결과는 항소심 판단에 가장 핵심적인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서는 피해자가 강제추행 후 겪은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을 강제추행 치상으로 인정해 오 전 시장에게 무거운 형을 내렸다.

항소심에서 오 변호인 측이 진료기록 재감정을 의뢰한 것은 강제추행 치상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항소심 재판에서 재판부가 미리 진료기록감정촉탁을 신청했다고 밝히자 피해자 측 변호인은 "진료기록은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조사인데 피해자 측 조율없이 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는 "감정신청서에 피해자 측 의견도 같이 들어가도록 해야하는데 감정촉탁 채택을 비공개로 한 것은 이해 못하겠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통상 법원에서 감정촉탁을 많이 한다"며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래 걸리기 때문에 미리 서둘려 감정촉탁을 해놨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재판에서 모두진술을 신청한 뒤 항소심에 임하는 자세를 밝혔다.

그는 "수감생활을 하면서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며 "피해자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며, 남은 인생 속죄의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10월 13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앞서 지난 14일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오 전 시장 측이 법원에 진료기록 재감정을 요청한 것을 비난했다.

공대위 관계자는 "오 전 시장 측의 피해자에 대한 재감정 요청은 큰 분노를 넘어 또다시 큰 상처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 본인도 "대학병원을 포함한 3개 병원에서 감정받은 제 상태는 제발 그만 따져 묻고, 오거돈 당신 정신 감정이나 받아보기를 바란다"고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