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화장실 공기공급기 수리 무시"
관리자 모두 집행유예…구청 공무원에 대해선 일부 벌금형
여고생 목숨 앗아간 부산 공중화장실 황화수소 사고 "인재"
2019년 부산 수영구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한 황화수소 중독 사망사고가 인재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 동부지원 형사 5단독(심우승 판사)은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수영구 민락회타운 상인회장 A씨에게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관리소장과 시설관리자에게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수영구청 공무원들은 일부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실무자 B씨와 팀장 C씨만 각각 벌금 200만원과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담당 과장과 또 다른 실무자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2019년 7월 29일 오전 3시 40분께 민락회타운 건물 지하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한 황화수소 누출 사고로 화장실에 들어갔던 여고생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졌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회타운 관리자들이 공기공급기를 24시간 가동하지 않으면 악취가 나고 유해가스가 유출될 수 있음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하루 1시간만 가동했고, 결국 하수처리시설 내 황화수소가 유출돼 화장실을 찾은 여고생을 숨졌다며 이들은 기소됐다.

또 수영구가 사고 발생 일주일 전에 악취 발생 민원 등으로 현장점검을 해 전문가로부터 고장 난 공기공급기를 수리하고 가동시간이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구청 실무자 2명과 팀장, 과장을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A씨 등 민락회타운 관계자 3명에 대해서는 하수처리시설 공기공급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과 사고의 인과관계를 인정, 혐의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화장실 관리 총책임이 있는 수영구청에 대해서는 일부 혐의만 유죄를 인정했다.

심 판사는 개인 하수처리시설에서 공기공급기가 24시간 가동하도록 지도하지 않은 것을 과실이라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 하수처리 용량이나 설치 방법에 따라 적정가동시간이 달라지는 것으로 보이고 명확한 규정이 없는데 이런 것을 무시하고 24시간 상시가동하지 않은 것을 관리·감독하지 않은 것에 대해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다만 세면대 배관 교합이 맞지 않았는데 이를 수리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구청 과실을 인정해 담당자와 팀장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심 판사는 "새벽 공중화장실 들어갔던 여고생 1명이 황화수소에 중독돼 1명 숨지고 1명의 다친 사고로 피해자 연령으로 비춰 볼 때 유족 상처는 매우 크다"며 "피고인들은 공기공급기 늘려야 한다는 전문가와 구청 제안에도 이를 무시한 점을 비춰볼 때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