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불 난 영덕시장 임시 개장…일부 상인 햇빛 가리개 없어 불만 토로
"추석 대목에 장사할 수 있게 된 것만도 다행…"
"그전만큼이야 잘 되겠능교. 그래도 행정기관이 도와줘서 장사할 수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시더."
14일 오전 경북 영덕군 영덕읍 옛 야성초등학교에 마련된 임시 영덕시장 한 생선가게 상인 임모(85)씨는 연합뉴스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영덕시장은 지난 4일 새벽 큰불이 나 점포 79개 동이 타거나 그을리는 피해가 났다.

경북도와 영덕군은 추석을 앞두고 장날인 14일부터 임시시장 문을 열 수 있도록 옛 야성초등학교 부지에 컨테이너 48개를 설치하고 아스콘으로 바닥을 포장했으며 전기·상하수도 시설과 화장실도 갖췄다.

임시로 개설되기는 했지만 깔끔하게 단장돼 당장 운영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어 보였다.

시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장을 보려는 주민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어느 정도 활기가 느껴졌다.

노인이 많은 인구 특성 때문에 영덕읍을 비롯해 주변 마을에서 바퀴 달린 장바구니를 끌고 장을 보러 나온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았다.

오랜만에 단골 가게를 찾은 한 주민은 반가움에 상인을 얼싸안았고 단골 생선가게를 찾은 한 주민은 "단골이니 좀 깎아달라"며 흥정을 하는 등 여느 시장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추석 대목에 장사할 수 있게 된 것만도 다행…"
상인들 반응은 엇갈렸다.

쌀집 상인은 "장사가 잘 안된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고 건어물점 상인은 "새집에 오니 좋다"며 활발하게 물건을 팔았다.

아직 가게마다 냉장고가 설치되지 않아 '아이스박스'에 보관하다가 보니 생선 등은 오래 보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 햇빛을 막아줄 가리개가 없어 일부 상인은 "생선이 금방 상할 지경"이라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시장을 찾은 주민들 역시 "처음 시장이 개설돼 단골 가게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라거나 "새 점포여서 깔끔해서 좋다"며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영덕읍 주민 이모(67)씨는 "그전에도 장날에 영덕시장에 자주 왔지만 불이 난 뒤 처음으로 다시 열었다고 해서 일부러 나와봤는데 생각보다 잘 설치돼 있어 장 보기가 편했다"고 말했다.

영덕군은 오십천 둔치 공용주차장에도 몽골텐트를 설치하고 임시시장을 열 수 있도록 했으나 옮겨간 상인은 없었다.

일부 난전 상인들은 임시 영덕시장에 물건을 폈지만 대다수 상인들은 기존 영덕시장 내 화재 피해가 덜한 곳에 모여 전을 펼쳤다.

이곳에도 많은 상인이 모여 있다가 보니 장을 보러 나온 주민들도 어디로 가야 할지 헷갈리는 모습이었다.

이희진 군수를 비롯해 영덕군 공무원들은 이른 아침부터 시장을 점검하고 피해 상인을 격려했다.

군은 영덕시장 재건축을 마칠 때까지 임시 시장을 운영할 방침이다.

하대성 도 경제부지사를 비롯해 도 공무원 70명과 도의회 사무처 직원 60명, 박범수 한국수력원자력 한울본부장 등 한울본부 직원 30명은 이날 임시 영덕시장을 찾아 장보기를 통해 상인 재기를 도왔다.

"추석 대목에 장사할 수 있게 된 것만도 다행…"
"추석 대목에 장사할 수 있게 된 것만도 다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