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라이츠워치 보고서…"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해야"
'성 소수자 따돌림·배제' 일상…"학교가 싫었다"
"학교에는 성 소수자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사람들은 쉬쉬하기에 바빴습니다.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면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어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동성애자 A씨·22)
한국 학교에서 성 소수자 학생들은 직접 괴롭힘과 차별, 배제의 대상이 되면서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14일 온라인으로 한국 성 소수자 학생 따돌림 연구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이 학교에서 성 소수자 학생을 지지하고 포용하는 환경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회견에서는 한국 학교에서 생활하는 성 소수자 학생들이 겪는 괴롭힘 사례도 발표됐다.

한국 성 소수자 학생은 학교에서 언어적 괴롭힘과 물리적 폭력, 심지어는 성폭력을 겪으면서 정신질환을 갖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동성애자 B(21)씨는 다른 학생들에게 자신의 성적 지향이 알려진 후 출석부 사진이 긁히거나 개인 악기를 파손당하는 등 괴롭힘을 겪었고, 이에 우울증과 불면증, 식이장애를 앓았다고 했다.

반복된 자해로 손목에도 흉터도 남았다.

B씨는 "단 1초도 학교에 더 남아 있고 싶지 않았다"면서 학교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이렇듯 민감한 정보인 학생의 성적 지향에 대한 기밀성이 학교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휴먼라이츠워치는 지적했다.

각각 2018년, 2019년에 개정된 자살방지법과 정신건강증진법은 정신건강 전문가가 내담자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나 두 법률 모두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기밀 정보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정신건강 서비스 제공자들이 성 소수자 문제에 대해 교육받을 의무가 없어 성 소수자 학생들이 적절한 상담을 받기 어렵고, 교사들도 성 소수자 학생을 대하는 적절한 방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 과정에서 성 소수자의 존재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트랜스젠더 등을 고려하지 않는 학교의 엄격한 성별 분리 관행 역시 성 소수자 학생들이 자신을 부적응자 등으로 느끼게 하는 원인이 됐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청소년 성 소수자들이 경험하는 괴롭힘과 차별은 정부의 무대응에 따른 문제일 뿐 아니라 차별·고립을 조장하는 현 정책들의 산물"이라며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관한 조항을 포함한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권고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학교 운영진, 교사·상담원, 교과서 출판사 등에 대해서도 성 소수자 학생의 인권 보호를 위한 개별 권고사항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