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점 못 찾으면 14일 오전 파업 돌입서울 지하철 파업을 하루 앞둔 13일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마지막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노사는 이날 오후 8시께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본사에서 최종 교섭을 재개했다.양측은 이날 오후 3시께 최종 교섭을 시작해 1시간 20분 만에 정회했고, 각자 입장을 정리한 뒤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이날 교섭 시작 후 정회 전까지 노사는 핵심 쟁점인 구조조정안을 놓고 계속 합의점을 찾지 못했지만, 이후 실무진 논의에서 다소 진전이 있어 서로 입장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본교섭 재개 시간이 당초 예정된 7시 30분에서 30분가량 늦어졌다.앞서 사측은 막대한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전체 인력의 10% 감축안과 임금동결 등을 제시했고, 노조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하지만 양측의 논의 과정에서 사측이 즉각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보다 노조와 협의체를 구성해 전반적인 인력 운용을 효율화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특히 이날 교섭이 파업을 막을 마지막 기회인 만큼 양측은 좀 더 대화하면서 타협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하지만 막바지 교섭에서도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하면 노조는 14일 오전 파업에 들어가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노조는 사측의 구조조정안에 맞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거쳐 지난달 총파업을 결의했다.노조는 또 공사의 재정위기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가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서울시가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정부와 서울시는 공사의 경영 합리화와 자구책 마련이 우선이라며 관련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연합뉴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14일부터 파업을 예고했다. 13일 오후부터 노사가 협상을 진행했지만 막판까지 입장차이를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정부가 재정 투입에 나설 때까지 장기 파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협상에서 “정부와 서울시가 인력감축 등 ‘땜빵식 처방’이 아니라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서울교통공사 노사는 그간 다섯 차례 대화를 나눴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의 핵심 요구는 구조조정 철회, 무임수송 손실 국비 보전 등이다. 이에 반해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6월 직원 1539명(전체 직원의 9.2%)을 감축하는 방안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서울교통공사의 손실 규모가 계속되는 데 따른 조치다.서울교통공사는 코로나19 등의 요인으로 인한 이용객 감소로 지난해 1조1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예상 손실 규모도 1조6000억원에 달한다. 노조 측은 “주요 손실 원인이 무임수송 증가와 코로나19 등인 것을 감안해 정부와 서울시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결정할 실질적 권한을 가진 기획재정부와 서울시 등은 서울교통공사의 고통분담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에선 ‘무임수송 손실 보전 사례를 남길 수 없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파업이 시작되면 14일 첫 차 운행부터 적용된다. 승무원을 제외한 사무직 부서원 등이 오전 9시부터 순번을 정해 파업한다. 다만 모든 지하철이 운행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지하철은 2008년 도입된 필수유지업무 제도에 따라 파업 시 전체 인력의 30% 수준의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서울시는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가동하기로 했다. 출퇴근 시간 열차는 정상 운행하고, 나머지 시간대의 열차 운행률을 평소의 72.6~79.8% 수준으로 유지하는 식이다. 퇴직자·협력업체 직원 등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시 직원 150여 명을 역사지원 근무요원으로 배치한다.그러나 파업이 1주일을 넘기면 열차 운행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울교통공사의 전신인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서울메트로 노조는 2016년 역대 가장 긴 74일간 부분 파업을 한 적이 있다.일각에선 전국 지하철의 연쇄파업 현실화를 우려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을 예고했다. 화물연대는 다음달 12~17일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한다. 안전운임 일몰제를 폐지하고, 안전운임을 전 차종으로 확대하는 게 요구사항이다.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10일 오전 현대제철 충남 당진공장 통제센터 앞은 19일째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점거 농성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차분했다. 건물 곳곳에 ‘투쟁’ ‘쟁취’ 등의 단어로 채워진 붉은색 현수막이 걸려 있었지만,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점거에 참여한 근로자 100여 명 중 절반은 햇볕을 피해 농성장 천막 안쪽에 비스듬히 앉아 있었고, 이들 사이를 경찰들이 서성였다. 불법 점거 상태를 ‘방치’하고 있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불법 점거 3주…경찰은 방치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소속 협력업체 근로자 2600여 명은 현대제철 자회사인 현대ITC 입사를 거부하고 ‘직고용’을 주장하며 무기한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 중 100여 명은 지난달 23일부터 당진제철소 통제센터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점거와 농성이 길어지자 현대제철은 이날 신규 인력을 채용하기로 했다. 생산 현장 컨트롤타워인 통제센터의 정상화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파업에 참여 중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경력직 채용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현대제철은 현대ITC 등 3개 자회사를 통해 협력업체 비정규직 4400여 명을 고용했다. 전체 협력사 비정규직 7000여 명의 63% 수준이다. 나머지 2600여 명은 자회사 채용을 거부하고 점거 및 파업에 들어갔다.파업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금속노조의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주도하고 있다. 자회사가 아닌 본사가 직접 협력사 비정규직을 채용하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민주노총은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어기면서 세 차례에 걸쳐 1000명 이상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를 열었지만 별다른 통제도 받지 않았다.현대제철이 점거 측을 업무방해 및 폭행 등 혐의로 고소했지만, 노조측은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충남경찰청 관계자는 "노사 분쟁 현장에서 경찰력 발동은 최후적·보충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라며 "고소 대상 불법 행위에 대한 조사는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현대제철 관계자는 “출근 직원들의 초과 근로로 공장을 가까스로 돌리고 있으나,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생산에 필수적인 분야를 중심으로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명분 없는 파업과 점거 지속뚜렷한 해결책 없이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통제센터를 점거한 측도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민주노총 측은 여전히 “자회사를 통한 고용은 또 다른 형태의 간접 고용에 불과하다”며 ‘직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자회사가 출범해 협력업체 직원 3분의 2가량이 정상 근무에 들어감에 따라 투쟁 동력은 상당히 떨어진 상태다.그럼에도 협력사 직원들에게 유리할 게 없는 파업이 이어지는 이유는 민간기업이 자회사를 통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 첫 사례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이번 사례가 철강업계는 물론 사내 협력업체 비중이 높은 조선업계 등에도 곧바로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다. 민주노총의 장기전에는 ‘세력 확장’이라는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물러설 수 없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강성 노조의 명분 때문에 결국 협력사 근로자들만 일자리를 잃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당진=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