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박원순 전 시장 시절 1조원까지 확대된 민간보조금과 민간위탁금 사업을 수술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들 사업을 이른바 '시민단체형 다단계'라고 표현하면서 세금이 누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13일 브리핑을 열고 "지난 10여년간 시민사회 분야 민간 보조와 민간 위탁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뿌리박힌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모든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하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시민사회 민간 위탁 사업이 비합리적으로 운영돼 서울시 곳간은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시민단체의 피라미드'. '시민단체형 다단계' 형태로 시민 혈세가 낭비됐다는 게 오 시장의 주장이다.

그는 "지난 10년간 민간 보조금과 민간 위탁금으로 지원된 총금액이 무려 1조원 가까이 된다"며 "시민단체와 이들을 비호하는 시민단체 출신 시 간부들의 압력에 못 이겨 부적절한 예산을 편성·집행하면서 자괴감을 느꼈다는 직원들 이야기를 들었고, 검증되지 않은 기관에 위탁돼 방만하게 운영되는 현장도 봤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시민사회 민간 위탁 사업은 일부 시민단체를 위한 중간지원 조직이라는 '중개소'를 만들었다"며 "특정 시민단체가 중간지원 조직이 돼 다른 단체들에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런 지원은 소위 '그들만의 리그'에서 운영됐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시민단체 출신 인사가 임기제 공무원으로 서울시 도처에 포진해 사업 전반을 관장하고, 자신이 몸담았던 시민단체에 재정을 지원했다"며 "이야말로 시민단체의 피라미드, 시민단체형 다단계"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사회투자기금 관련, "특정 단체에 기금 운용을 맡기면서 위탁금 명목으로 약 40억 원을 지급했는데 서울시가 직접 공공기관을 통해 운영했더라면 아낄 수 있는 시민 혈세"라고 오 시장은 말했다.

협치 사업인 NPO지원센터의 경우 유관 시민단체에 용역을 발주하는 등 특혜 지원을 했다는 게 오 시장의 판단이다. 또 센터 신규 설립 관련 용역을 수행한 시민단체가 센터가 설립된 후에는
직접 해당 센터 운영을 위탁받는 사례까지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사회주택에 대해서는 "SH가 할 수 있는 일임에도 사회경제적 주체라는 조직이 끼어들면서
서울시가 토지도 빌려주고, 이자도 지원하고, 사업자금 융자까지 해주었다"며
"이들이 사용한 사업자금의 원천이 바로 시민 혈세"라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