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에서 열린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11일(현지시간) 폐막했다. 이날 열린 시상식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봉준호 감독(사진)이 ‘황금사자상’을 비롯한 모든 수상작을 호명해 영화제의 끝을 장식했다.

봉 감독은 특유의 환한 웃음으로 시상식 분위기를 주도했다. 수상작을 발표한 뒤에는 두 손을 들어 올려 아낌없는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이탈리아의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이 연출한 ‘신의 손(The hand of God)’에서 열연해 신인배우상을 받은 필리포 스코티(22)가 수상 후 연단을 내려가는 과정에서 동선이 엇갈려 우왕좌왕할 땐 “So cute!”(너무 귀여워!)라는 즉흥 발언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영화 ‘피아노’로 한국에서 잘 알려진 제인 캠피언 감독은 감독상을 받은 뒤 연단에 올라 가장 먼저 “생큐, 미스터 봉”이라며 봉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봉 감독은 시상식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9일간 21편의 영화를 봤는데 좋은 영화가 많다 보니 수상작을 정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의 영예인 ‘황금사자상’은 여성 낙태문제를 다룬 영화 ‘레벤느망’을 연출한 프랑스 여성 감독 오드리 디완에게 돌아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여성 감독에게 황금사자상이 주어졌다.

봉 감독은 “우리를 제일 감동시키고 영화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 영화들”이라며 “마음이 끌리는 대로 갔는데 수상작을 보니 여성 감독들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