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품격이사' 대표 최기호씨, 이사 선물로 가구 리폼제품 등 기부
"가난한 유년 시절 겪으며 나눔의 삶 다짐…사회적기업 일구는 게 꿈"

"10여 년간 이삿짐을 나르다 보니 이사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이사야말로 품격 이사죠."
[#나눔동행] 어려운 이웃에 무료이사 서비스로 재능기부
경기 이천시 중리동에 사무실을 둔 ㈜품격이사 대표 최기호(42)씨는 이삿짐센터 이름을 지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경남 창원시에서 30대 초반부터 이삿짐을 나르며 잔뼈가 굵은 최씨는 지난 2019년 12월 이천으로 삶터를 옮겼다.

이윤추구보다는 취약계층을 고용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어렵게 진행한 이천지역 대기업과의 협업이 결렬되며 연고도 없는 이천에 이삿짐센터를 차리게 됐다.

사회적기업을 일구지는 못했지만 나눔에 대한 열망을 잃지 않던 최씨는 이천시의 '행복한 동행' 사업을 알게 됐고 지난해 3월부터 참여했다.

3개월에 한 번씩 어려운 이웃에게 무료로 이사를 해주기로 했다.

이천시의 행복한 동행 사업에는 2013년부터 450여명의 개인·단체가 함께하고 있는데 무료이사 서비스는 품격이사가 처음이자 유일하다.

최씨는 중리동과 증포동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취약계층 7가구의 이사를 도왔는데 저소득 장애인 가구와 조손 가구 등이 대상이었다.

무료 이사에는 최씨 외에 직원 3명이 동원되며 모두 묵묵히 돕는다고 한다.

요즘 이사비용은 최저 100만∼120만원선이다.

중리동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소문이 나며 최근에는 다른 읍·면·동에서도 이사를 도와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스케줄을 조정하기 어려울 정도다.

최씨는 고객들이 처분을 맡긴 중고 가전제품과 가구를 수리해 판매하는 데 무료로 이사를 해주는 취약계층에 냉장고, 서랍장, 장롱 등 리폼 제품을 이사 선물로 주기도 했다.

지난해 1월 리폼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필리핀에 현지 법인까지 설립하려고 계약까지 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지지부진한 상태라 리폼 제품 기부에도 나서고 있다.

[#나눔동행] 어려운 이웃에 무료이사 서비스로 재능기부
행복한 동행 사업을 담당하는 이천시 희망복지팀 손미경 팀당은 "재능기부 현판을 전달하기 위해 품격이사를 찾아갔는데 그다지 큰 사업장이 아니었다"며 "이사 한 번에 150만원 가량을 손해 보며 무료 봉사를 하시는 것을 보면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 7월 취약계층에 전해달라며 100명분의 도시락을 중리동과 증포동 행정복지센터에 맡기는 등 수시로 생필품을 기부하고 있다고 손 팀장은 전했다.

어엿한 이삿짐센터 대표지만 최씨는 어렸을 적 라면도 못 먹을 때가 있을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웠다고 한다.

"아버님은 5살때, 어머님은 8살때 돌아가셨어요.

2남 3녀 중 막내였는데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였죠. 큰 누님이 가장 역할을 하셨는데 잘살지는 못해도 먹을 것 하나는 잘 먹었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
[#나눔동행] 어려운 이웃에 무료이사 서비스로 재능기부
힘든 유년 시절을 보내며 자신에게 따뜻한 말만 건네주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았던 최씨는 부유하진 않더라도 나눌 수 있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최씨는 "이삿짐은 무겁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어 행복한 동행에 동참하고 있다"며 "이삿짐센터 규모가 커지면 어려운 분들을 많이 채용해 오랜 꿈이었던 사회적기업을 일구겠다"고 했다.

그는 오는 추석을 앞두고 10㎏짜리 임금님표 이천쌀 100포대를 이천시 희망 복지팀에 기탁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