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놓고 노사 평행선…파업 돌입 수순
서울 지하철 파업 D-2…"해결 실마리 안보여"
서울 지하철 파업이 예고된 14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파업 예고일까지 단 이틀밖에 남지 않았지만, 노사 간 협상에 별다른 진전이 없어 파업이 현실화할 공산이 크다.

핵심 쟁점을 놓고 노조와 공사, 서울시 각각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파업이 장기화할 가능성마저 우려된다.

◇ 서울 지하철, 파업 문턱에
12일 서울 지하철을 운행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에 따르면 노조는 ▲ 구조조정 철회 ▲ 공익서비스 비용 국비 보전 등 핵심 요구를 내걸고 오는 14일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노조가 지난달 23일 이 같은 파업 계획을 선언한 뒤 지난달 31일과 이달 9일 사측과 교섭이 있었지만,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교섭에서도 사측이 실질적인 구조조정안에 변화된 입장이 없다고 했다"며 "구조조정안을 철회하거나 수정하는 상황이 아니어서 이런 식이라면 파업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13일 마지막 교섭이 1차례 남아있지만, 타결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공사 관계자는 "사태 해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면서도 "다만 정부나 서울시가 나서주지 않는 이상 공사가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안 등 방침을 바꾸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파업의 배경에는 막대한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서울교통공사가 추진 중인 구조조정안이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1∼4호선과 5∼8호선을 각각 운영하던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통합해 2017년 출범한 이래 줄곧 적자에 시달려 왔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운송 수입이 크게 줄면서 한 해 적자가 1조1천억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적자 규모는 1조6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고질적인 재정난의 원인으로는 연간 수천억원대인 노약자 무임 수송과 2015년 이래 동결된 지하철 요금이 꼽힌다.

공사와 서울시는 정부에 무임수송 손실금 보전을 요구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결국 공사 측에 강도 높은 경영 합리화를 주문했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통합 이후 경영 효율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공사는 전체 인력의 10% 감축안과 임금 동결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사측과 3차 교섭까지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거쳐 총파업을 결의했다.

다만 노조는 "즉각적인 파업보다는 대화를 통한 해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서울 지하철 파업 D-2…"해결 실마리 안보여"
◇ 노조 "정부·서울시 수수방관" vs 서울시 "경영 효율화 이행해야"
하지만 노조의 파업 선언 이후 20일이 지나도록 사태 해결에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지하철 파업 문제를 거론하면서 "정부가 직접 손실을 보전하는 게 문제 해결의 유일한 길"이라며 정부 지원을 거듭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며, 내년 정부 예산안에도 지하철 무임승차 보전 비용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달 7일 국무회의에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지하철 운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시민들의 큰 불편과 혼란이 예상된다"며 파업 자제를 당부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 9일 논평을 내 "파업이 우려된다면 대화를 통한 해결 노력을 기울여야 할 주체는 정부다"라며 "대화 촉구에 귀 막고 대책 마련에 손 놓은 정부가 남 일 보듯 '파업 자제, 대화' 운운하니 유체이탈 화법이 따로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에도 "재정난 책임을 노동자에게 덤터기 씌우는 비뚤어진 정책을 중단하라"며 "무임손실에 대한 국비 보전이 유일한 길이라며 뒷짐 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무임승차 비용 보전을 국무회의에서도 건의했고 추경 예산과 공사채를 포함해 수천억원을 지원하는 등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다"며 "공사가 합병 당시 약속한 경영 효율화 방안을 이제는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사 간 타협이 안 돼서 파업까지 가게 된다면 관리 관청으로서 지하철 운행이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강경한 상황이어서 이번 파업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지하철 파업 D-2…"해결 실마리 안보여"
◇ 파업 시 필수유지·대체 인력 투입…운행 감축 불가피
파업이 실행되더라도 지하철이 멈추거나 당장 큰 혼란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지하철은 노동조합법이 규정하는 필수공익사업장에 해당해 전면 파업을 할 수 없고, 노동쟁의 시에도 일부 인력은 남아 필수 업무를 유지해야 한다.

서울교통공사 노사 역시 지난 7월 교섭 중 '필수유지업무 범위 및 유지 비율 관련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필수유지인력과 대체인력이 투입되면 출근 시간대에는 정상 운행이 이뤄지고, 나머지 시간대는 평소 대비 운행이 20∼30%가량 줄어들 것으로 공사 측은 예상한다.

공사는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비 혼잡시간대 열차 운행율을 추가로 감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