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률적 배제 공무담임권 침해" vs "공무원 신뢰·신용 유지 필요"
'정신적 제약 생긴 공무원 당연퇴직' 위헌 공방
헌법재판소에서 '피성년후견인'이 된 공무원은 당연퇴직하는 것으로 규정한 국가공무원법의 위헌 여부에 대한 공방이 벌어졌다.

피성년후견인이란 질병이나 장애 등의 이유로 정신적 제약이 생겨 사무 처리를 할 수 없게 된 사람으로 가정법원이 인정 여부를 심판한다.

헌재는 9일 국가공무원법 제69조 제1호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이 제청한 위헌법률 심판 사건의 공개 변론을 진행했다.

검찰공무원으로 근무하던 김모씨는 2015년 11월 저산소성 뇌 손상을 입어 2016년 4월부터 질병 휴직에 들어갔다.

그러던 중 2016년 12월 피성년후견인이 됐고, 2018년 3월 김씨의 배우자는 김씨의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총장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김씨가 피성년후견인이 됐을 때 당연퇴직 상태가 됐다며 명예퇴직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그러자 김씨의 배우자는 불복해 행정소송을 내고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김씨의 배우자 측은 이날 공개 변론에서 "피성년후견인의 잔존능력을 고려해 직무수행 능력을 판단한 뒤 면직해야 하는데, 해당 조항은 피성년 후견인이 됐다는 사실만으로 일률적으로 공직에서 배제해 공무담임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또 피성년후견인이 되면 즉시 공직에서 배제되지만 실질적인 직무수행 능력이 없는 공무원도 피성년후견인이 아니면 공직을 유지할 수 있어 평등권을 침해하는 데다, 퇴직에 대한 아무런 사전 고지 절차가 없어 적법절차 원칙도 위반한다고 강조했다.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성년후견인은 개개인의 능력이 다양함에도 능력 평가 없이 당연퇴직시키는 것은 과도하다"며 "당연퇴직 외에도 휴직이나 직권면직 등 공직에서 배제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있고, 성년후견제도의 활성화도 저해할 수 있어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반면 인사혁신처는 "직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 및 공무원에 대한 신용 등을 유지하고, 그 직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확보하는 데에 적합한 수단"이라며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피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된 공무원과 다른 일반 공무원들 간에는 사무처리능력의 결여라는 차이가 있어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할 합리적 이유가 있고, 피성년후견인 지정도 청구에 의해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이뤄지는 만큼 충분한 절차적 보장이 이뤄져 적법절차 원칙에도 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이진수 교수는 "공무원 퇴직 사유를 개별적으로 정하게 하면 행정청의 자의적 판단 여지가 커지게 되고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거칠 필요 없이 곧바로 퇴직 절차를 밟게 할 수도 있다"며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을 더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