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만에 판례 변경…"공동거주자, 걸쇠 부숴도 주거침입 아냐"
내연녀 집서 바람피운 불륜남…대법 "주거침입 아냐"(종합)
유부녀 집에서 내연남이 바람을 피웠다고 해도 주거침입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아내가 정당한 이유 없이 남편의 출입을 막았다면 남편이 잠금장치를 부숴도 주거침입죄를 물을 수 없다는 판결도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9일 불륜녀 집에서 바람을 피웠다가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내연 관계인 유부녀 B씨의 동의 아래 남편이 없는 틈을 타 B씨의 집에 3차례 들어가 바람을 피운 사실이 드러나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무죄로 뒤집었다.

대법원 재판부는 "A씨가 공동거주자인 B씨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 방법으로 집에 들어갔다면 부재중인 B씨 남편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주거침입죄의 보호 법익은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려면 집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B씨의 이런 평온 상태가 깨져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단순히 B씨가 A씨의 출입을 반대할 것이라는 추정만으로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같은 취지로 이전 판례들을 모두 변경했다.

부재 중인 다른 공동주거자가 반대할 것이라는 '추정'으로 주거침입죄를 인정한 판례가 변경된 것은 38년 만이다.

반면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은 "주거 침입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해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A씨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내연녀 집서 바람피운 불륜남…대법 "주거침입 아냐"(종합)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또 부부싸움으로 아내가 잠근 문을 부수고 집에 들어왔다가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남편 C씨의 상고심에서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동주거 침입 혐의로 함께 기소된 C씨의 부모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C씨는 아내와 부부싸움을 하고 집을 나갔다가 한 달여 만에 자신의 부모와 귀가했지만, 문이 잠겨있었고 아내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잠금장치를 부수고 집으로 들어갔다.

1심은 C씨를 유죄로 봤지만 2심은 "공동거주자는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C씨와 함께 집에 들어간 부모는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1·2심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재판부는 아내가 공동거주자인 C씨의 출입을 금지한 것은 정당한 이유가 없기 때문에 C씨가 잠금장치를 부수고 집에 들어갔다고 해도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C씨가 집에 들어간 것을 통상적인 공동장소 이용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에 C씨와 함께 집에 들어간 부모에게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반면 조재연·민유숙·이동원 대법관은 C씨가 잠금장치를 부수고 집에 들어간 것은 통상적인 주거 이용의 범위를 벗어난 '침입'이라며 공동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