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명의신탁 부동산 담보로 얻은 이익까지 반환해야"
아들 명의로 부동산 샀다 변심한 아버지…대법 판결은
아들 이름으로 부동산을 매수했다가 변심한 아버지가 부동산 거래를 취소하고 부동산을 담보로 얻은 이익까지 돌려달라며 아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 승소했다.

대법원은 9일 명의 신탁된 부동산 거래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경우 거래가 무효화되는 것은 물론 부동산 명의자(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담보로 얻은 이익까지 명의신탁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기존 판례를 유지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A씨(97)가 아들인 B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B씨가 얻은 대출 이익을 반환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1924년생인 A씨는 2010년 아들 B씨 명의로 부동산 매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2015년 가족 간 다툼이 벌어졌고, B씨는 A씨와 자신의 형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자 A씨는 해당 부동산 거래가 차명계약 성격의 3자간 등기명의 신탁이므로 B씨 명의로 된 부동산 등기를 취소하고, B씨가 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은 이익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B씨 명의로 된 A씨 가족회사 지분도 B씨의 이름을 빌린 것뿐이라며 반환을 요구했다.

3자간 등기명의 신탁이란 부동산 매매를 하면서 실제 매수자가 아닌 제3자의 이름으로 소유권 등기를 하는 것을 말한다.

종중이나 배우자, 종교단체 등과 같이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면 대부분 부동산실명법 위반이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A씨 돈으로 부동산을 매수한 것을 인정했지만, A씨가 이전에도 B씨에게 증여 성격의 경제적 지원을 해왔고 A씨가 고령인 점 등을 고려하면 해당 부동산 명의신탁이 아닌 증여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주식 인도 요구에 대해서도 A씨가 B씨의 이름을 빌린 것이 아니라 증여로 봐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은 부동산 매매 건에 대해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매매 과정에서 매도자도 A씨가 매수자인 것을 알고 있었고, 실제 매수금도 A씨가 냈으며 등기필증 등 각종 서류도 A씨가 소유한 만큼 실제 매수자는 A씨가 맞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이 사건에서 부동산을 소유한 적이 없으므로 부동산 증여로 볼 수 없다"며 "이 사건에서 부동산 계약은 3자 간 등기 명의신탁으로 부동산실명법에 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다만 해당 부동산을 담보로 B씨가 대출을 받아 얻은 이득에 대해서는 "원고에게 미친 손해가 없다"며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B씨가 대출로 얻은 이익은 원고에게 손해를 끼친 것과 같다며 부동산 등기 취소는 물론 대출 이익까지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3자 간 등기명의 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제3자에게 부동산을 매도하거나 근저당권을 설정했을 때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가 얻은 이익에 대해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판례가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김재형·박정화·김선수·노태악·이흥구 대법관은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이 무효라고 정하고 있는데, 판례를 유지하면 명의신탁을 유효하게 보는 효과를 낳는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