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미성년자 약취 인정한 첫 사례"
별거 중 엄마에게 딸 보내지 않은 아빠…선고유예 확정
프랑스에 거주하며 이혼 소송 중인 엄마와 같이 지내던 5살의 딸을 면접교섭권을 활용해 한국으로 데려온 뒤 약속을 어기고 돌려보내지 않은 아빠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9일 미성년자 약취(폭행·협박으로 미성년자를 자기 지배하에 두는 행위)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결혼 후 프랑스에서 거주하던 중 2012년 혼자 한국으로 돌아왔고, 딸의 양육은 아내인 B씨가 맡았다.

이후 프랑스 법원에서 이혼 소송이 진행됐고, 임시조치로 딸의 상시 거주지는 B씨의 거주지로 정해졌다.

그는 2014년 7월 면접교섭권을 이용해 딸을 한국으로 데려온 뒤 약속한 1개월이 지났음에도 돌려보내지 않았다.

이에 B씨는 2015년 수원지법에 딸의 인도 등을 구하는 심판을 제기했고, 수원지법은 B씨를 양육자로 지정한 뒤 A씨에게 딸을 인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A씨는 딸을 보내지 않았고, 검찰은 A씨를 미성년자 유인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A씨의 행위는 피해 아동의 의사에 반해 자유로운 생활이나 B씨의 보호로부터 이탈시켜 자신의 지배하에 옮기는 것으로 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양육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도 A씨의 미성년자약취 혐의를 인정했지만, B씨가 선처를 원하고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형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선고를 미룬 뒤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A씨는 적법하게 미성년 자녀를 데리고 갔다가 기간 종료 후 상대방에게 데려다주지 않아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부작위 상태였다"며 "부작위로 미성년자약취를 인정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