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남편의 가스라이팅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올라온 지 이틀 만에 2만3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7일 '가스라이팅 및 가정폭력으로 제 동생을 죽음으로 몰고 간 부사관의 처벌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피해자의 언니라고 소개한 청원인 A 씨는 "동생은 지방에서 대학 졸업 후 수도권 대학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며 직장에서도 인정받고 칭찬받는 친구였다"라며 "코로나 상황으로 결혼식은 미루어졌으나 2020년 오랜 기간 연애 후 직업군인 B 씨와 혼인신고로 부부가 됐다"라고 적었다.

이어 "신혼집 청소를 도와주고 술자리를 갖던 중 술에 취한 B 씨가 갑자기 화를 내며 '본인 명의의 집이니 아내와 함께 나가라'고 저희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며 "폭행에 대응하던 중 어머니의 손톱으로 B 씨에게 상처가 생겼고, 적절한 사과와 보상을 원한다며 5000만원을 요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행동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어머니를 고소하겠다는 협박과 금전적인 보상만을 원하는 사위와 언쟁이 오고 간 끝에 동생은 유언을 남기고 혼자 쓸쓸하게 세상을 떠났다"라며 "장례식 내내 B 씨는 동생의 휴대전화를 숨기는 등 불안해하며 행패를 부리는 수상한 행동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동생의 휴대전화를 본 결과 상상을 초월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라며 "'내가 널 제일 잘 알아. 그러니 너는 나에게 잘해', '모두 네가 잘못 한거야. 나니까 참고 사는 거야. 복종해. 빌어', '우리 얘기는 다른 사람에게 하지 마. 친구들이 뭐라고 하는지 나에게 보고해', '너 가족은 널 딸이라고 생각 안 해. 너 가족은 나뿐이야'라는 등 일방적인 말을 계속했다"고 썼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실제로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공개된 청원인 동생 부부의 카카오톡 대화를 살펴보면 B 씨는 지속해서 아내 C 씨를 향한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대화에서 B 씨는 "전화 안 받으면 이혼한다. 제대로 사과하라"며 C를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이에 C 씨는 "미안하다. 내 남편 하나 제대로 못 챙기는 데 누구 챙긴다고 설친 것인지 반성하겠다"라며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A 씨는 "동생은 때때로 돌아오는 현실감각과 견디기 힘든 폭력을 부정하며 괴로워하고 우울해 하다 끝내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죽게 됐다"면서 "B 씨와 그의 가족은 지금도 동생이 남긴 유품을 공개하지 않고 전화를 피하며 농락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끝으로 "불쌍하고 억울하게 짧은 생을 마감한 동생에 대해 돌이키다 보니 지금 이 순간에도 가족들은 모르고 있었던 B 씨의 비정상적인 과거 행동들을 짧은 글에 제대로 표현할 수 없어서 너무 답답하다"면서 "B 씨가 동생에게 저지른 일은 계속 발견되고 있고 내용을 나누어서 계속해서 올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