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지난 4월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와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지난 4월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와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태현(25)이 피해자가 모임에서 자신에게 느꼈을 불편한 감정이 공감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6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오권철)는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정보통신망침해·경범죄 처벌법 위반죄 등 5개 혐의로 기소된 김 씨의 4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검찰 측이 "계획과 다르게 피해자를 살해하게 됐다면 그 상황에서라도 모든 범행을 중단하고 도망을 가거나 자수를 하지 못했더라도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어야 한다"며 "이후에도 꿋꿋이 범행을 실행한 것은 계획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를 들은 김 씨는 "계획적인 살인이 아니다"라며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1월 23일 피해자 중 큰딸을 비롯한 지인 2명과 함께 식당에서 식사하던 중 신경질을 부리며 술병을 깼다.

해당 일로 피해자인 큰딸은 김 씨에게 더는 연락하지 말아 달라는 의사를 밝혔고 이후 두 사람 사이에 교류가 끊겼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 씨는 "같은 공간에 있던 피해자가 느낀 불편함에 전혀 공감되지 않는다"며 "상황이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술을 마시고 피해자 얼굴을 본 뒤에야 내가 뭔가 잘못했다는 것을 느꼈다"라며 피해자를 찾아가고 계속 연락했다고 전했다. 이어 피해자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욕구와 궁금증으로만 계속 연락을 시도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피해자와 관계를 회복하고 싶었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김태현은 범행 당시 큰딸을 제외한 가족은 단지 제압만 하려 했다고 말했다가, 이후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는 등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재판부에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요청하며 "보호관찰소 조사 결과 재범 위험성이 13점으로 높은 수준이며 다시 살인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김태현은 지난 3월 23일 오후 5시 30분께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큰딸 A(25) 씨 집에 택배 기사를 가장해 침입한 뒤 혼자 있던 작은 딸과 5시간 뒤 집에 들어온 어머니를 연이어 살해했다. 그는 약 한 시간 뒤 마지막으로 귀가한 A 씨마저 살해했다.

김태현은 사건 당일 피해자 자택에 침입하기 전 자신의 휴대전화로 '급소'를 검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태현은 경찰에 검거될 때까지 사흘간 범행 현장에 머물렀다. 나아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목과 팔목, 배 등에 흉기로 여러 차례 자해를 시도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13일 김 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기로 했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