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내 군생활" vs 軍 "달라졌는데"…넷플릭스 드라마 'DP' 흥행에 엇갈린 시선
군 내부의 가혹 행위를 그린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군 입대를 앞두고 있거나 전역한 지 얼마 안 된 20~30대 남성들의 반응이 뜨겁다. 군은 “병영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고 밝혔지만 올해 ‘부실 급식’ 사태로 불거진 군 장병 인권 문제가 ‘D.P. 열풍’을 계기로 재점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D.P.는 ‘탈영병 추적(Deserter Pursuit)’의 약자로 지난달 27일 공개 직후 넷플릭스 국내 콘텐츠 1위에 올랐다. 드라마의 배경이 된 2014년엔 육군 28사단에서 후임병을 폭행해 숨지게 한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 22사단에서 집단 따돌림을 받던 병장이 총기를 난사해 5명이 사망한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군대 내 인권 문제가 이슈가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드라마를 보고 PTSD(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가 다시 도진 것 같다” “내 군 생활과 너무 비슷하다” 등의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군 내부에 더 이상 부조리가 없는 것처럼 묘사한 ‘진짜 사나이’ ‘강철부대’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나 ‘태양의 후예’ ‘사랑의 불시착’ 등 군 자체보다 남녀의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와 달리 ‘D.P.’는 군 내 가혹 행위를 정면으로 다룬 게 특징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군대 문제를 제대로 다룬 밀리터리 드라마는 ‘D.P.’가 처음”이라며 “남성 시청자들이 늘면서 이 같은 실험적인 작품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대선 주자들도 ‘D.P. 열풍’에 가세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6일 SNS에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던, 정신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묵인돼온 적폐 중 적폐”라고 말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일당백의 강군을 만들기 위해 모병제와 지원병제로의 전환을 검토한다고 공약했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커지자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지속적인 병영 혁신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일과 이후 휴대폰 사용 등으로 악성 사고가 은폐될 수 없는 병영 환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방부 관계자도 언론에 “(작품 배경인) 2014년 일선 부대에서 있었던 부조리라고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드라마의 원작 만화를 그린 김보통 작가는 “이제는 좋아졌다는 망각의 유령과 싸우기 위해 작업했다”고 반박했다.

군대 내 부조리는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국방부가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군에서 집계된 폭행 및 가혹행위 입건 건수는 1010건으로 2016년 820건과 비교해 오히려 23% 늘었다. 군인권센터가 작성한 ‘2020년 연례보고서’에서도 지난해 구타와 언어폭력 상담 건수는 각각 4.25%와 5.36% 증가했다.

송영찬/오현우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