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부과한 과징금을 줄여주겠다”며 수억원을 챙긴 전직 공정위 민간자문위원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이관형 최병률 원정숙 부장판사)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윤모(56·남)씨에게 징역 1년 8개월과 추징금 3억5500만원을 선고했다. 1심과 같은 형량이다.

윤씨는 담합 혐의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던 업체의 대표 정모씨에게 사건과 관련해 공정위 공무원에게 청탁해주겠다고 제안해 총 3억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윤씨는 “친분 있는 공무원들에게 청탁해 공정위 조사 진행 상황을 알려주고, 과징금을 감면받거나 감경받게 도와주겠다”며 여러 차례에 걸쳐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윤씨는 먼저 2012∼2016년 2억5500만원을 받았다. 실제 공정위 공무원들에게 접촉해 조사 진행 상황을 정씨에게 전해주기도 했다. 이후 공정위가 과징금을 감경해주자 윤씨는 흉기를 들고 정씨를 찾아가 “내가 공정위 일을 다 했는데 정당한 돈을 왜 주지 않냐”, “돈을 주지 않으면 여기서 죽겠다”고 협박해 추가로 1억원을 받아냈다.

수사결과 윤씨는 과거 공정위 민간자문위원을 지내면서 공무원들과 친분을 쌓은 것을 이용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씨는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문을 제출했으나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으로 공정위의 업무에 대한 일반인들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유리한 양형 요소를 모두 고려해도 원심의 형량이 너무 무겁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