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회 제한으로 임종도 못 지켜본 아버지, 피해조사 제도 개선 요구
"정책 따랐는데 사후 관리나 지원은커녕 사과의 말도 없어" 울분

"11월 임용고시를 앞두고 있었어요.

그날도 공부를 마친 아이를 데려왔는데, 주차 후 집으로 가는데 '아빠 나 숨차고 어지러워' 하더니 쓰러지더라고요.

"
"교사 꿈꾸던 딸, 백신 맞고 숨졌는데…정부는 무책임"

모더나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 후 숨진 A(23)씨의 아버지 B(51)씨는 3일 기자에게 큰딸 일을 이야기하며 눈시울부터 적셨다.

A씨는 지난 7월 26일 제주시의 한 위탁의료기관에서 모더나 백신을 맞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꿈꾸던 A씨는 임용고시를 앞두고 잔여 백신을 신청해 접종했다.

A씨는 지병 없이 평소 건강했다고 한다.

그러나 접종 4일 만인 7월 30일 밤 돌연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져 뇌 수술까지 받았으나 8월 7일 끝내 숨졌다.

코로나19 상황 속 면회 제한으로 임종을 앞두고 차가워진 딸의 손을 잡아주지도 못한 가족들은 중환자실 앞에서 눈물만 흘리다가 A씨를 떠나보내야 했다.

A씨가 숨진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가족들은 여전히 깊은 슬픔에 잠겨 힘들어하고 있다.

혼자 두면 무슨 일이라도 날까 봐 서로의 안부를 수시로 확인하고, 잠도 거실에 모여서 잔다고 한다.

이들 가족에게 더 큰 상처를 준 것은 정부의 무책임하고 무관심한 태도였다.

B씨는 정부 정책에 충실히 따라 접종한 뒤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도 사후 관리나 지원은커녕 사과의 말도 없었으며, 인과성 입증에 대한 행정적 절차도 안내받지 못하는 등 답답한 부분이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B씨는 "정부가 접종 독려 메시지는 꼬박꼬박 보내면서 접종 사망자 유족에게는 위로의 전화나 편지 한 통 없다"며 "의학적으로 연관성을 판단하기에 앞서 도의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피해자에 대한 유연한 손해배상이 필요하며, 유족에 대한 심리치료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A씨가 사경을 헤매는 동안 제주도 방역 당국이 백신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고자 질병관리청에 백신 부작용 중 하나인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 검사를 세 차례나 의뢰했음에도 질병관리청이 접수를 거부하는 일도 있었다.

B씨는 "아직 백신 접종 이상 반응 사례나 연구 결과가 많지 않으며, 최근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사례와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접종 인과성에 대해 기존의 발표와 자료만을 근거로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향후 어떤 가능성이 나올지 모르니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전문가를 초빙해 심도 있는 회의를 거쳐 백신 인과성에 대해 평가한 의견을 제출했으나 정부 당국은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며 "피해조사반이 확실히 반박할 증거가 없다면 지자체와 전문가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의 사망이 백신 접종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질병청 조사가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이 심의한 사례는 사망 579건, 중증 781건, 아나필락시스 623건 등 총 1천983건이다.

이중 사망 2건, 중증 5건, 아나필락시스 222건 등 총 229건이 예방 접종과의 인과성을 인정받았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