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7살 아들이 학교 내 집단 따돌림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안타까운 청원이 올라왔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집단 따돌림에 내 소중한 보물을 잃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 A 씨는 "지난 8월의 마지막 날 아침 소중한 제 보물인 17살 아들이 죽었다"며 "우울증에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하며 10층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고 했다.

이어 "대구 북구에 있는 사립중고등학교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너무나 똑똑하고 새롭게 시작할 생활의 기대감으로 마냥 밝기만 했던 제 아이가 어느 날부터 서서히 말이 없어지고 학교에 가기 싫어하게 됐다"며 "성적도 떨어지고 늘 집안에만 있으려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저희 가족은 달라지는 아이의 모습에 남모를 속을 끓이기 시작했고,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수업을 끝내고 시작한 고등학교 생활은 그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드러내듯 172cm 키에 40kg을 겨우 넘는 몸이 됐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아들의 변해가는 모습에 불안감을 느껴 학교 측과 상담을 한 결과 "아이가 말로 표현 못 할 수치감이 온몸을 채우고 있고, 우울증 증상이 말기 암에 비교될 정도로 심해서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A 씨는 "그렇게 우울 상담 치료와 약물치료를 하던 8월 말 월요일 아침, 높은 곳을 싫어해 단독주택에 살고 싶어 했던 우리 아이는 10층에서 뛰어내려 심장과 허파가 파열된 차디찬 시체로 발견됐다"며 "지금 제 아이는 파열된 심장을 부여안고 영안실에 누워있다. 누가 제 아이를 이렇게 하늘을 날게 만들었고 누가 제 아이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버렸냐"고 했다.

또 "아이의 원만한 학교생활을 위해 중학교 3년 내내 시험감독으로 참가했던 제게 3년간의 담임선생님들 누구도 제게 아이의 힘듦을 얘기해 주지 않으셨고 그래서 저는 제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 하는 줄 알고만 있었다"며 "그 사실을 숨기며 얘기해 주지 않은 중학교와 아이의 고등학교에 분노하며 아이의 죽음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친 이가 있다면 낱낱이 찾아내 엄마 아빠 없이 홀로 무서운 구천을 헤매고 있을 아이의 한을 풀어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발 제 아이 죽음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했다.

앞서 대구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8월 31일 오전 7시께 북구의 한 아파트 10층에서 고등학교 1학년 학생 B 군이 추락해 숨졌다. 경찰은 자세한 경위를 밝히기 위해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이 청원은 3일 정오 기준 약 1만3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