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 된 어린 의붓딸을 성폭행하고 잔혹하게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20대 남성이 장모에게 음란 메시지까지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지난 6월13일 계부 양모(29·남)씨와 장모가 나눈 메시지 내용을 인터넷카페를 통해 공개했다.

공개된 메시지에 따르면 장모는 딸과 연락이 되지 않자, 양씨에게 연락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장모는 "엄마는 이해가 정말 안된다"며 "잘돼서 찾아뵌다는 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어 "부모 자식은 잘돼서 보는 게 아니고, 잘 안 돼도 보는 것이고, 아파도 보는 것이고, 슬퍼도 보는 것이고, 행복해도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회 측은 "문자는 양씨가 20개월 아기를 상습학대 강간 살해한 지 2주가 지난 후, 딸과 손녀에게 연락이 안돼 걱정하는 자신의 장모에게 보낸 것"이라며 "이러한 패륜 악귀를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시켜달라는 진정서를 법원에 제출해주시고, 국민의 알권리, 패륜악귀를 피할 권리를 위해 신상 공개에도 동의해 달라"고 촉구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0개월 여아를 끔찍하게 학대하고 성폭행해 살해한 아동학대 사건 피고인 신상 공개를 원한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현재 이 청원엔 5만8000여 명이 동의했다.

대전지법 형사12부는 아동학대 살해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 혐의를 받는 양씨와 사체은닉 등 혐의의 친모 정모(25·여)씨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지난 27일 첫 공판을 진행한 데 이어 10월 검찰 구형이 예정돼 있다.

사기죄 등으로 복역 후 최근 출소한 양씨는 정씨와 20개월 된 정씨 아이를 함께 데리고 살게 됐다. 하지만 지난 6월15일 새벽 양씨는 술에 취한 채 아이를 이불로 덮은 뒤 주먹으로 수십 차례 때리고, 발로 수십차례 짓밟는 등 1시간가량 폭행해 숨지게 했다. 폭행의 이유는 잠을 안 자고 운다는 것이었다. 숨진 아이의 친모인 정씨와 함께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담은 뒤 집 안 화장실에 숨겼다.

검찰은 양씨가 학대 살해 전 아이를 강간한 것으로 확인했다. 유전자(DNA) 조사 결과 양씨는 피해 아이의 친부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그는 범행 당시에도, 경찰에서 수사를 받을 때도 스스로 친부라고 인지하고 있었다. 양 씨와 정 씨 모두 공소사실과 검찰의 증거에 대해 인정했다. 다만 정씨의 변호인은 "정씨가 장애 정도는 아니지만 지적 능력이 떨어져 심리적 지배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