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앞두고 임대인-임차인 협의…지자체도 중재 나서
"지역서점 살려야" 각계 호소…불광문고 명맥 이어갈까

다음 달 초 폐업을 예고한 서울 은평구 지역서점 불광문고를 지키겠다며 주민들이 나서는 가운데 임대인과 서점, 관할 자치구가 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에 나섰다.

29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건물주인 모 기업체와 불광문고는 지난 24∼25일 만나 임대 조건 등을 놓고 서로 입장을 확인했다.

최낙범 불광문고 대표가 빚을 정리하고 은퇴하기로 했지만, 직원들은 서점 규모를 줄여서라도 운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부정적이었던 임대인 측은 최근 협의에서는 3개월치 정도의 임대료를 미뤄줄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양측 간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점 측은 "독자의 발길을 끌어올 방도를 연구해 이를 안착시키고자 노력할 테니 유예기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

불광문고가 지역을 20년 넘게 지키며 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점을 고려해달라는 취지다.

하지만 전국 규모의 부동산 사업을 하는 임대인 측은 난색을 보였다.

임대인 측은 "그동안 불광문고와의 관계·지역상생 등을 고려해 유예안을 제시했지만, 그 이상은 다른 임차인들과의 관계도 따져봐야 한다"며 "임대료를 안 받으면 배임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협의는 계속하는 중"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관할 자치구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은평구 온라인 청원으로 지난 19일 올라온 '은평구 지역서점을 지켜주세요'라는 글은 하루 만에 구청장 답변 요건인 500명의 동의를 얻었다.

28일 기준으로는 1천500명 이상이 지지했다.

청원문을 쓴 주민모임 '불광동 친구들'은 "지역서점은 지역 고유문화와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공공의 장"이라며 "지역서점이 거의 사라져버린 시대에 25년의 시간이 쌓인 서점의 의미는 크다"고 했다.

주민모임은 소비자에게 '페이백'을 해주는 등 일부 지자체 지원책이 오히려 책 구매에 돈을 쓰지 않는 문화를 조장할 수도 있다며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한 장기적 정책 마련을 요청했다.

작가들도 성명에 참여하는 등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설가 김탁환씨를 비롯한 문인·출판인 300여명은 임대인 측과 은평구에 각각 '사회적 책임'과 '적극적 행정'을 촉구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주민과 직원들의 애정이 담긴 서점이 유지될 수 있도록 업체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구 차원에서도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은평구와 구의회는 지역서점 지원을 위한 조례 입안도 검토 중이다.

불광문고는 1996년 수도권 전철 불광역 인근에 문을 연 중형 서점이다.

서점 측은 지난 17일 대형·온라인 서점 확장과 도서정가제 등에 따른 경영난으로 내달 초 영업을 종료하겠다고 공지했다.

"지역서점 살려야" 각계 호소…불광문고 명맥 이어갈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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