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평법·살생물제관리법 제정…"법·규제에 엄격히 지켜야"
화학물질 피해에 대응할 정부 주도 '중독센터' 설치 필요성

생활화학제품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사망자를 낸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가 여럿 도입됐다.

2013년과 2018년 각각 제정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살생물제관리법) 등이 대표적이다.

관련법 정비로 화학물질 관리는 강화됐지만, 시민단체들은 예외 규정을 두거나 경제 상황에 따라 규제를 완화하는 사례가 있다며 피해를 막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확실한 사전 예방과 조기 대응을 위해서는 화학물질 피해에 대응할 '중독센터'와 같은 기관이 정부 주도로 설립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10년] ④ 감시·대응 체제 구축 시급

◇ 규제 마련됐지만…예외조항·유예로 '허점'
29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2011년 가습기살균제 참사 공론화 이후 정부는 2013년 화평법을, 2018년에는 살생물제관리법을 도입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화평법은 화학물질을 제조·수입 시 유해성 심사를 거쳐 환경부에 등록하도록 규정했다.

살생물제관리법은 기업이 소독제·살균제 등의 안전성 및 효과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해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만 제품을 유통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안전 관리가 제도적으로 강화됐으나 예외가 존재해 유사 피해를 막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평법에 따르면 연간 취급 물량이 100㎏ 미만인 신규 화학물질, 1t 미만인 기존 화학물질은 여전히 위험성 평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유해 화학물질이라도 기준량 미만이라면 별도 검증 없이 생활용품에 사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중소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화학물질 취급시설에 대한 안전 검사가 유예되기도 했다.

검사 유예는 화학물질 관련 설비·인력 등에 드는 비용을 덜어주는 차원이라는 점에서 사고 예방이라는 본래 취지와 어긋난다고 시민단체들은 지적한다.

강홍구 환경운동연합 간사는 "경제계는 한일무역 갈등, 코로나19 등 상황이 생길 때마다 경기침체를 이유로 규제 완화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관련법과 규제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고 지키는 게 중요하다"이라고 강조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10년] ④ 감시·대응 체제 구축 시급

◇ "국가가 개입해 유해물질 중독피해 감시해야"
화학물질 규제 관련 법안을 보완해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유해성이 추후 드러날 가능성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는 만큼 정부 산하에 피해 대응기관인 '중독센터'를 설치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중독센터는 기존 의료기관은 물론 일반 국민에게서도 직접 생활화학물질 관련 피해 정보를 수집하고, 이 정보를 토대로 위해 사례와 경향을 분석해 새로운 피해 가능성을 예상·진단하는 기구다.

실제로 화학물질 피해 신고는 주로 의료기관을 통해 접수되는 만큼 피해자가 병원을 찾지 않거나 발병 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경우는 감시 체계에서 배제된다.

특정 제품으로 다수의 피해 사례가 발생해도 대응할 기반이 없는 것이다.

이에 독일 정부는 1950년대 말 임산부 입덧 개선용 약물인 탈리도마이드가 대규모 기형아 유발 사태를 일으키자 중독센터인 연방위해평가원(BfR)을 설립했다.

유해 화학물질이 시장에 유통된 경우 조기 발견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독일 외에도 미국과 프랑스, 캐나다 등이 국가 주도로 중독센터를 운영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7년 한국에 중독센터 도입을 권고했다.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2006년 소아학회지에서 폐손상 관련 보고를 하기 전에도 조금씩 감지됐다"며 "당시 비감염 질환에 대한 역학조사가 미흡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중독센터가 있었다면 사고 확산을 막고 참사 규모를 줄였을 것"이라며 "국가가 개입해 유해 물질로 인한 중독 피해를 감시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