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용노조' 설립 무효확인 소송 2년여 만에 1심 판결

삼성그룹이 세운 에버랜드 노동조합에 대해 법원이 설립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법원 "삼성이 세운 에버랜드 노조는 무효"…금속노조 승소
수원지법 안양지원 제2민사부는 26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에버랜드 노조를 상대로 낸 노동조합의 설립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판결 이유가 담긴 법원의 결정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금속노조는 "에버랜드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삼성그룹이 어용노조를 세웠다"고 주장하며 2019년 3월 어용노조의 사무실이 있는 안양 지역을 관할하는 안양지원에 이 사건 소송을 냈다.

금속노조 측 박다혜 변호사는 "삼성의 노조파괴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사과도 하고 관련된 여러 형사 판결도 이어져 왔지만, 사업장에서는 어용노조가 그대로 교섭권을 갖고 있었다"며 "지금이라도 삼성이 판결 결과를 존중해 어용노조를 통해 교섭했던 부분을 정상화하고 노사 관계를 바로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의혹은 2013년 10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150쪽 분량의 '2012년 S그룹 노사 전략' 문건을 공개한 이후 검찰 수사로 이어진 바 있다.

이 문건에는 '노조 설립 상황이 발생하면 그룹 노사조직, 각사 인사부서와 협조체제를 구축해 조기에 와해시켜달라', '조기 와해가 안 될 경우, 장기전략을 통해 고사화해야 한다' 등의 지침이 적혀있었다.

당시 검찰은 "문건 작성 자체는 범죄사실이 아닌 데다 출처가 확인되지 않는 이상 그룹 차원에서 부당 노동행위에 개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2015년 1월 무혐의 처분했고 3년여 만인 2018년 다른 단서를 추가로 확보해 재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2018년 9월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시도가 수사로 확인됐다며 당시 삼성전자 인사팀 강경훈 부사장 등 전·현직 임직원 16명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강 부사장 등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고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