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승소 확정된 피해자들 2년 가까이 압류 시도
소송 권리·소멸시효 등 엇갈린 판단에 혼란 가중
압류·시효 공방 속 日강제노역 법정싸움 '오리무중'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8년 10월 강제노역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린 지 3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의 법정 다툼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 상대 법정 다툼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판결을 확정받은 피해자들은 일본 기업들의 재산 압류에 나섰고, 뒤늦게 소송을 낸 이들은 여전히 본안 소송을 하고 있다.

2018년 11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승소 판결을 확정받은 양금덕 할머니 등 피해자들은 이듬해 대전지법에 미쓰비시중공업의 상표권과 특허권을 압류해달라고 신청해 압류 결정을 받아냈다.

상표권·특허권 압류에도 미쓰비시중공업 측이 배상책임을 외면하고 있어 양 할머니 등은 현재 압류한 상표권·특허권을 매각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와 별도로 양 할머니 등은 최근 미쓰비시중공업과 거래한 국내 회사로부터 재산을 압류하는 절차에도 나섰다.

LS엠트론이 미쓰비시중공업에 지급해야 할 물품대금을 압류해달라고 신청해 수원지법 안양지원의 압류·추심 결정을 받아낸 것이다.

다만 LS엠트론은 거래대상이 미쓰비시중공업이 아닌 자회사인 미쓰비시중공업 엔진시스템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실제로 압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처럼 승소한 일부 피해자가 압류에 나선 것과 달리 일부는 아직도 일본 기업과의 소송을 진행 중이고, 이들 중 일부는 일본 기업들에 패소하기도 했다.

피해자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소송은 올해 6월 1심에서 개개인의 피해자에게 소송을 낼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 판결이 나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당시 사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결이 국제중재나 국제재판 대상이 되는 자체로 사법 신뢰에 손상을 입는다"는 등의 표현을 써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밖에 여러 소송 가운데 일부는 소멸시효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판단을 나와 피해자들의 혼란이 가중됐다.

민법에 따르면 손해배상 청구 권리는 불법행위가 벌어진 날부터 10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와 가해자가 누구인지 피해자가 안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다만 강제노역 피해자들은 대법원이 손해배상 청구 권한을 인정하기 전까지는 권리행사가 방해되는 '장애 사유'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되는데, 이 경우 장애 사유가 해소된 때부터 3년 안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하지만 장애 사유가 해소된 시점을 대법원이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2012년 5월로 볼지, 2018년 10월로 볼지를 놓고서 일선 법원에서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앞서 광주고법은 대법 판결이 확정된 2018년 10월이 기준이라고 인정한 반면,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2012년 5월을 기준으로 삼아 이 시점부터 3년 넘게 지나 소송을 낸 피해자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 이후로도 일선 법원에서 아예 다른 판단을 내리거나 소멸시효를 두고 판단이 엇갈리는 만큼 결국 다시 대법원이 여러 사건을 최종 판단할 때까지 피해자들의 혼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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