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다큐인사이트' 여성 아카이브 시리즈 연출…"간절함이 차별점"
'다큐 국가대표' 이은규 PD "여성들이 힘을 얻길 바라며 작업"
'간절함'으로 만들어낸 다큐멘터리 세 편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다큐멘터리 개그우먼'(이하 '개그우먼'), '다큐멘터리 윤여정'(이하 '윤여정'), '다큐멘터리 국가대표'(이하 '국가대표')까지 KBS 1TV '다큐인사이트'에서 선보인 세 편의 여성 아카이브 시리즈가 그 주인공이다.

여성 아카이브 시리즈의 이은규 PD는 최근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사옥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세 다큐멘터리만의 차별점을 묻자 '간절함'을 꼽았다.

"저희는 간절함에 공감할 법한 이야기를 조금은 다른 목소리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다큐멘터리의 지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그걸 넘어서 감정적으로 공감될 수 있을 법한 그런 이야기요.

"
그렇게 만들어진 '개그우먼'은 WRPN 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 특별상, 양성평등 미디어상 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윤여정'은 방영 당시 '다큐인사이트' 프로그램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최근 공개된 '국가대표' 또한 남성 중심의 스포츠계에서 여성들이 만들어 낸 역사와 성과, 그리고 아직 남아있는 과제들을 조명하며 방송 직후 KBS 시청자게시판 70페이지 이상을 채우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다큐 국가대표' 이은규 PD "여성들이 힘을 얻길 바라며 작업"
주제에 관해 가장 잘 이야기할 수 있는 출연진들의 등장과 KBS만의 아카이브가 결합한 시리즈의 형식도 호평을 받았다.

이 PD와 함께 여성 아카이브 시리즈를 작업해 온 김선하 작가는 "기존의 다큐멘터리 형식에서 벗어나 인터뷰이가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그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아카이브 자료가 등장하는 방식에 신선함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계신 것 같다"면서 "게다가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파급력 있는 분들이 출연하다 보니 프로그램에 더 좋은 힘이 생겨나지 않았나 싶다"고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다큐인사이트'의 여성 아카이브 시리즈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작가부터 PD, 촬영감독, 후반작업 감독, 음악감독까지. 여성들이 모여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이 PD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보니까 되도록 자기 일처럼 공감해주고 고민해주는 스태프들과 얘기해보고 싶었다"며 "촬영 감독이나 후반 작업 감독 같은 직군에는 여성들이 많지 않아 스태프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기도 했지만 다행히 함께할 분들을 찾아 프로젝트를 함께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큐 국가대표' 이은규 PD "여성들이 힘을 얻길 바라며 작업"
'다큐인사이트' 이전에도 KBS 1TV '추적 60분' 등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재판, '지인 능욕'과 같은 온라인 성범죄 등 여성과 연관된 주제를 지속해서 다뤄왔던 이 PD는 "30대 여성으로서 더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을 때, 또래 여성이 고민하는 이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런 주제를 다뤘을 때 제가 더 잘하기도 하고, 고된 방송일 어차피 밤샐 거 그나마 보람이라도 있고 관심이라도 있는 걸로 하면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웃음) 또 공영방송이 좀 더 상식에 근거해서 지금 시대에 공유할법한 가치관이 무엇인지, 우리가 좀 더 추구해야 하고 이야기를 나눠야 할 지점이 무엇인지 인장을 찍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
물론 어려움도 있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이 큰 원동력이 됐다.

"저 역시 30대 여성으로서 직장을 다니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느끼는 좌절감이 있어요.

저와 같은 어떤 누구도 고립되지 않도록, 방송을 통해 힘을 얻을 수 있었으면 했는데 그런 반응을 볼 때는 이 작업이 정말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힘이 나더라고요.

"
그는 "적어도 1년에 3편 정도는 이삼십대 여성들이 찾아볼 만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고자 한다"며 올 하반기 여성 아카이브 시리즈 한 편을 더 방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애초에 시리즈가 될 줄 모르고 했던 작업이 시청자분들의 반응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는데, 매번 방송할 때마다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야 할까 무겁게 고민하고 있어요.

어쨌든 앞으로도 제가 공감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