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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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혈전증’ 부작용으로 기피 대상이었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30~40대 사이에서 ‘예상 밖 인기’를 누리고 있다. 모더나 백신 수급 차질로 인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의 1·2차 접종간격이 벌어지자 “차라리 빨리 AZ 백신을 맞자”는 수요가 늘면서다. 의료계에선 50세 미만에 대해선 AZ 안전성이 여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19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18일 SNS 당일예약·예비명단 등을 통해 AZ 잔여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1만2280명이다. 이 중 85.4%(1만481명)가 30~40대였다. 17일에 접종자(1만6명)까지 더하면 이틀간 총 2만487명의 30~40대가 AZ 잔여백신을 맞았다. 방역당국은 지난 13일 AZ 접종 가능 연령대를 기존 ‘50세 이상’에서 ‘30세 이상’으로 확대하고, 30~40대도 위탁의료기관 등에서 남은 AZ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지침을 변경했다.

AZ 잔여백신 인기는 예상 밖이라는 평가다. 방역당국이 접종 연령대를 낮출 때만 해도 의료계에선 “맞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희귀 혈전증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여전해서다. 하지만 모더나 백신 수급 차질로 인해 mRNA 백신의 2차 접종일이 일제히 2주 미뤄지면서 ‘백신 종류와 상관 없이 빨리 접종하겠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달 26일부터 시작되는 18~49세 접종에서 예약 경쟁에 밀린 30~40대들이 AZ를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다. 18일 AZ 잔여백신을 접종한 A씨(31)는 “mRNA 백신 접종일이 9월 말로 잡혔는데 2차까지 맞으려면 11월이 돼야 한다“며 ”지금 AZ 백신을 맞으면 10월 중순에는 접종을 완료할 수 있어 AZ 백신을 맞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현재 AZ 백신을 맞으면 8주 뒤에 2차 접종을 할 수 있다.

‘교차접종(1·2차 때 서로 다른 백신을 맞는 것)’의 예방 효과가 높다는 연구결과도 영향을 미쳤다. 1차 때 AZ 백신을 맞는 30~40대는 2차 때 화이자·모더나 등 mRNA 백신을 접종한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1차 AZ, 2차 화이자를 맞은 교차접종군은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할 수 있는 중화항체가 AZ 백신을 두 번 맞은 접종군보다 6배 많았다. 화이자를 두 번 맞은 접종군과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의료계에선 여전히 AZ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의사협회는 “영국·미국·스웨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55세 이하에선 AZ 백신의 부작용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잠재적 위험이 더욱 높은 50세 미만 인구에 대해 접종 필요성 논의가 아직 더 필요하다”고 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50세 미만 가임기 여성에게는 AZ 백신 접종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했다.

빙역당국은 4차 대유행이 한창인 만큼 AZ 백신 접종의 이득이 위험보다 훨씬 높다는 입장이다. AZ 백신을 맞은 후 희귀 혈전증에 걸린 환자의 치명률이 6월 50%에서 8월 33%로 줄어든 반면, 하루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두 달 새 600명대에서 1800명대로 급증해 이득이 위험보다 높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