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책만 만진 직원들 막막"
주민들 "우리 동네 자랑이었는데"

20년 넘게 서울 은평구 불광동을 지켜온 지역 서점 '불광문고'가 다음 달 5일 문을 닫는다.

불광문고는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성 들여 만들어진 책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보람으로 지내왔던 25년이었다"며 "안간힘을 쓰며 버텨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점 측은 "책 판매로는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하기 버거운 날들이 오래 지속됐다"며 "도서 유통시장은 온라인 서점으로 넘어간 지 오래됐고 오프라인 지역 서점은 온라인 서점보다 비싸게 책을 공급받고 있다"며 "이런 기형적인 도서 유통 구조와 대형 서점의 지점 확장으로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졌다"고 했다.

수도권 전철 3·6호선 불광역 인근 자리에 1996년 문을 연 불광문고는 동네서점들이 연이어 영업을 끝내는 상황 속에서도 명맥을 이어왔다.

'IMF 위기'를 버텨내고 맞은 2000년대 초반에는 활기를 띠기도 했다.

직원 수가 22명으로 늘었고 2007년에는 마포구 망원동에 분점 '한강문고'를 냈다.

문학이나 외국어 부문뿐만 아니라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250평 서가를 채웠고, 시기별·주제별로 매대를 꾸민 큐레이션으로 독자들을 끌어왔다.

동네서점 연대체에도 참가하는 등 외부 활동도 적극적이었다.

장수련 불광문고 점장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최근 몇 년 사이 교보문고와 영풍문고가 인근 쇼핑몰에 들어오면서 쏠림현상이 더 심해졌다"며 "2018년에 '마지막으로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리모델링까지 했지만 독자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매출은 계속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직원은 10명 아래로 줄었다.

3년 동안 임금을 동결하고 근무시간을 줄이는 자구책도 써봤지만 매년 3∼5%씩 오르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한강문고는 지난해 문을 닫았다.

지역 서점의 경영난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장 점장은 "그나마 불광문고는 오래됐고 매출이 있는 편이라 우대를 받는데도 인터넷·대형 서점보다 10∼15% 비싸게 책을 납품받았다"며 "지역 서점들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다.

파이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있던 파이를 (대형 서점들이) 잡아먹는 셈"이라고 했다.

불광문고는 도서정가제 폐지 이야기가 나온 지난해 직원들에게 운영권을 넘기려 했으나 그마저도 성사되지 않았다.

장 점장은 "임대인 측에서 다른 사업자가 서점을 운영하면 임대할 수 없다고 통보했는데 이유는 듣지 못했다"며 "20년 가까이 책만 만진 사람들이니 면적을 줄여서 서점을 옮겨볼까 알아도 봤지만 갈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서점들도 어려운 터라 28년 경력의 한강문고 점장이 대형마트 빵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불광문고를 자주 찾던 사람들은 "우리 동네의 자랑이 사라졌다"며 SNS 공지에 댓글로 아쉬움을 표했다.

"유치원생 때부터 엄마 손 잡고 가다 어른이 돼 혼자 종종 가곤 했는데 아쉽다", "육아로 힘들 때 구원처였다"는 등 저마다 추억도 적었다.

장 점장은 "오늘 어떤 손님이 '공황장애였는데 불광문고에서 책을 보면서 극복할 수 있었다. 고맙다'는 SNS 메시지를 보내와 직원들이 돌려보며 울었다"고 했다. 불광문고는 폐점 때까지 남은 도서와 문구류를 할인해 판다. 다음 달이면 10곳 남짓 남은 은평구 동네서점은 숫자가 더 줄게 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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