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기피신청…"'밀약 판결'한 사람" 비판
'사법행정권 남용' 임종헌측 "재판장 바꿔달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측이 담당 재판부의 진행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재판부를 변경해달라고 신청했다.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재판장에 대한 기피신청을 제기하겠다"며 "직원이 (기피신청) 서류를 제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기피 사유를 따로 말하지 않겠다"면서도 "재판장이 이 재판을 맡기 전에 대법원장께 '제가 엄벌할게요'라고 했고, 대법원장은 '그럼 네가 해 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밀약 판결, 상납 판결을 한 사람을 서울중앙지법에 6년 동안 근무하라고 인사를 내는 합의였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일선 재판에 개입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로 2018년 11월 기소돼 3년 가까이 1심이 진행 중이다.

임 전 차장 측은 2019년 6월에도 재판부 기피를 신청했으나 기각된 바 있다.

임 전 차장 측은 재판장인 윤 부장판사의 '판사 블랙리스트 연루자 단죄' 발언 때문에 재판의 공정성이 침해됐다고 주장한다.

윤 부장판사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를 앞둔 2017년 10월 다른 부장판사들과 함께 김명수 대법원장을 면담했는데, 이 자리에서 윤 부장판사가 "반드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연루자들을 단죄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 임 전 차장 측 주장이다.

윤 부장판사는 올해로 6년째 국내 최대 지방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 유임돼 통상 3년 넘게 근무하지 못하는 관행에 비춰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이 밖에도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서증 전문을 낭독하는 방식으로 증거조사를 진행해달라고 주장했으나 재판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요지만 읽는 방법으로 불법적인 재판 진행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기피 신청서를 접수하는 대로 내용을 살펴보겠다"며 이날 공판을 마무리했다.

/연합뉴스